'매트릭스'처럼… '인공자궁' 시대 머지않았다

입력 2021.04.08 16:43

이스라엘 연구팀, 특수 배양액서 ‘생쥐 태아’ 키워내

생쥐 배아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 연구팀이 특수 배양액 속에서 길러낸 생쥐 배아의 모습./사진=와이즈만과학연구소 제공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인공자궁'에서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팀이 실험쥐 배아를 심장이 뛰는 태아 상태까지 키우는 데 성공하면서 인공자궁 실현에 관한 기대감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적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인공자궁은 예상 밖으로 세상에  일찍 나온 조산아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을 가져다준다. 어쩌면 인간 영역 바깥의 일, 인류는 '인공자궁' 개발을 어디까지 성공했을까.

◇인공자궁 속 생쥐, 심장 뛸 때까지 배양 성공
체외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 내막에 이식하는 '인공수정'은 이미 상용화돼 많은 난임 부부를 돕고 있다. 체외에서 수정도 할 수 있다면, 배아를 조금 더 기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착상된 지 5일 된 실험쥐의 배아를 특수 배양액 속에서 태아 형태까지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태아는 배아 상태에서 뇌, 심장 등 주요 장기가 발달한 이후를 말하는 것으로, 인간 배아는 9주 후부터 태아라고 부른다. 연구팀이 생성한 생쥐 배아는 머리, 팔다리, 위를 갖추고 있었으며 분당 170회로 심장이 뛸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혈액 및 산소 공급 불가 등을 이유로 더는 태아를 발달시키지는 못했다. 연구를 주도한 제이콥 한나 박사는 글로벌 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7년 동안의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한 연구"라며 "다음 목표는 인간 배아를 5주까지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 앞서 과학자들은 이미 지난 2016년에 인간 배아를 체외에서 상당 기간 배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인간 배아를 모체 없이 13일간 생존시켰다. '13일'까지만 연구를 진행한 것은 기술력 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였다. 전 세계적으로 학계에서는 인간 배아는 수정 후 14일까지만 연구하도록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생명윤리법에 따라 신경계의 기원이 되는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인 초기 배아 상태, 즉 수정 후 2주 이내 배아는 인간으로 보지 않아 연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배아를 어느 시기부터 '인간'으로 볼 것인가
학계에서는 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14일 규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인간의 기준을 14일 이후까지만 결정한 것도 단지 기준으로 삼은 것일 뿐, 배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종교계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느 시기'의 배아부터 인간으로 볼 것이며, 모체 없이 태어난 존재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느냐가 인공자궁과 관련된 윤리 문제의 쟁점이다. 일각에선 여성의 출산 부담이 사라진다면 진정한 양성평등의 바탕이 되리란 관점도 나온다. 확실한 것은 인공자궁 상용화가 인류에게 매우 어려운 도덕적 선택점이 되리란 것뿐이다. 기술의 발전보다 앞서서 이러한 생명윤리 문제를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윤리적 문제를 다소 차치하더라도, 인공자궁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조산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태어나는 아이 10명 중 1명은 임신 36주 전에 태어나는 조산아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 인공자궁이 실현화되면 수많은 조산아를 살려낼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진은 미숙아로 태어난 새끼 양을 '바이오백(biobag)'에 넣어 4주가량 기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를 주도한 에밀리 파트리지 박사는 "이번 연구의 목표는 엄마의 자궁을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자궁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미숙아들을 온전히 세상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이 실험을 성공한 이후 인간 미숙아를 대상으로 한 바이오백 임상시험을 허가해달라고 FDA(미국식품의약국)에 요청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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