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3세대 신약 나와… 치료 옵션 많아져"

입력 2021.03.31 09:08

[전문의에게 묻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로, 그 중 폐암은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되는데, 전체 폐암의 약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비편평상피세포 폐암 환자의 약 30~40%는 EGFR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고, 보통 1년 내에 치료약 내성이 생긴다.

늘 내성을 걱정하며 최신 치료법을 찾아 헤매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해 헬스조선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를 만나 최신 폐암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내 사망률 1위는 여전히 폐암이다. 폐암은 어떤 암인가?
폐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전이가 빠른 암이다. 위암과 대장암은 내시경을 통해서, 유방암은 유방 촬영 등을 통해서 조기 발견이 된다. 그런데 폐암은 매년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해도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되더라도 전이가 빨라 사망률이 높다. 폐는 혈관이 매우 많고, 공기를 계속 순환하는 기관이기에 아주 작은 암이라도 혈관을 타고 금방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그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보통 3기가 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제일 높은 암이기도 하다.

폐암은 종류가 다양하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폐암이 있을까?
아직 한국인이 더 많이 걸리는 폐암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한국을 포함해서 일본, 중국, 홍콩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비흡연자 선암이 많은 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30%는 비흡연자이다. 미국은 10% 정도인 데 비해 아시아권에서는 꽤 많다.

비흡연자 폐암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기 중에 있는 라돈 혹은 음식을 할 때 나오는 연기 등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폐암 중에서 비소세포폐암은 75~85%, 소세포폐암은 15% 정도 된다.

비소세포폐암은 EGFR 돌연변이가 많은데, EGFR 돌연변이의 특징은 무엇인가?
비소세포폐암은 선암, 편평상피암, 대세포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 중에서 60~70% 정도가 선암이고, 선암 중에서 40~50%, 즉, 2명 중 1명은 EGFR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EGFR 돌연변이는 2004년에 처음으로 발견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다. 그전까지는 폐암은 흡연에 의한 발암물질, 혹은 다양한 발암물질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생각했고 특정한 유전자 변이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004년에 EGFR 돌연변이가 발견되고 나서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을 보니까 비흡연자와 동양인, 여성에 많고, 선암에 많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환자들은 다른 선암환자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폐암의 치료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치료가 있다. 수술이나 방사선으로 치료가 어려운,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3기 이상 4기 환자들의 주요 치료로는 일반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세 가지가 있다.

안명주 교수가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다른 폐암과 치료 방법도 다른가?
그렇다. 일반 항암 치료제와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제(EGFR 억제제, EGFR-TKI(Tyrosine kinase inhibitor))를 비교해보면, 반응률과 무진행생존기간 등에서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존 항암 치료제는 반응률이 30~35%인데 표적치료제는 70%다. 무진행생존기간도 기존 항암제는 5~6개월인데 표적치료제는 10~11개월 정도로 거의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일반 항암치료제를 사용하면, 생존기간이 기껏해야 15개월을 못 넘기는데,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거의 3년 정도를 살 수 있다.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이상반응이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제는 돌연변이가 일어난 EGFR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억제하기 때문에 머리가 빠지고, 백혈구가 떨어지고, 구토를 하는 등의 이상반응이 적다.

정상적인 EGFR도 일부 억제하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진다거나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항암화학요법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주 드물게 1% 이하의 환자에서는 갑자기 폐렴이 생긴다거나 간 수치가 갑자기 높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치료를 중단할 정도의 부작용은 기존 항암제보다 현저히 낮다.

그래서 현재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는 표적치료제가 1차 치료로 권고되고 있고, 표적치료제로 조절되지 않을 때는 항암제를 쓰는 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볼 때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

표적항암제가 있는데도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가 어려운가?
두 가지가 어렵다. 첫 번째는 내성 문제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표적치료제를 처음 사용할 때는 굉장히 효과가 좋다. 암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꼭 완치될 것 같다. 하지만 암이 생존하려고 계속해서 또 다른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기에, 표적항암제를 1년 정도 쓰다 보면 약제내성이 생긴다. 내성이 생기면 줄어들었던 암이 다시 커지고, 기존 약은 듣지 않는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서는 뇌전이가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쓰이는 1, 2세대 표적치료제들은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잘 침투하지 못해 뇌전이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치료가 까다로울 것 같다. 최신 치료방법은 무엇이 있나?
3세대 EGFR 표적치료제가 가장 최신 치료방법이다. 3세대 치료제는 기존 EGFR 유전자 돌연변이에도 잘 듣지만, 1, 2세대 EGFR 억제제에 내성이 있는 일부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1, 2세대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면서도 병이 진행되면 다시 조직검사나 유전자검사를 하는데, 그 중 40~60%의 환자들은 T790 M라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내성의 원인이다. 3세대 치료제는 이러한 저항성 돌연변이가 나타난 환자에게서도 효과적이다.

또한 3세대 치료제는 뇌혈관장벽도 통과할 수 있어, 뇌로 암이 전이된 폐암환자들에게서도 효과가 있다.

기존 EGFR 양성 돌연변이 표적치료제 효과가 없는 환자들도 있는가?
기존 1, 2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표적치료제(표적항암제)로 치료를 받았으나 암이 진행되는 환자 중 2명 중 1명은 T790M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본인이 T790M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T790M 유전자가 있다면 3세대 EGFR-TKI 표적치료제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T790M 유전자가 없는 환자들은 다른 옵션이 없다. 1, 2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치료제에 내성이 있기 때문에, 표적항암제는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일반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 환자들은 내성기전도 다양한데, 아직 효능이 검증된 새로운 약제도 없다.

안명주 교수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근 3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표적치료제 신약이 나왔다. 어떤 의미가 있나?
치료를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약제가 한 가지뿐이면 부작용이 나타나도 또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이미 3세대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제 개발이 많이 시도됐지만, 효능이 떨어진다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서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많았던 상황에서 신약의 등장은 의미가 있다.

새롭게 등장한 3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치료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인데,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개발했다는데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직접 임상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환자들이 1, 2상 임상시험을 잘 마친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3세대 EGFR 돌연변이 치료제와 신약은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 3세대 치료제인 타그리소와 렉라자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없어 뭐가 더 낫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현재까지는 효능과 부작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타그리소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뇌 반응률이 50% 정도다. 렉라자도 1, 2상에서 뇌전이가 있는 20여명의 환자대상 임상시험에서 반응률이 55% 정도였다. 상당히 효능이 좋다.

아직은 렉라자 임상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데이터가 조금 더 모여야 되겠지만, 현재까지는 뇌 투과율이 상당히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1, 2상에 참여한 180명 정도의 환자들이 2년 이상 렉라자를 복용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간 복용을 해도 안전성 측면에서 괜찮은 약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렉라자도 현재까지는 T790M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렉라자는 기존 치료제보다 임상사례가 많이 부족한데 사용하기에 한계는 없나?
원래대로라면 T790M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항암화학요법과 렉라자를 비교하는 3상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3세대 치료제인 타그리소가 이미 허가와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환자 윤리 측면에서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다만, 기존 1, 2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표적치료제와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투여했을 때 효과를 직접 비교하는 3상 연구가 다국가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환자등록이 끝났으며, 비아시아 국가에서만 일부 환자 등록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결과가 나오면, 렉라자는 T790M 변이가 일어난 환자의 2차 요법 치료제에 머물지 않고, 1차 요법으로도 옮겨갈 수 있는 근거가 생겨 한계가 극복될 것이라 본다.

3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신약의 등장으로 치료제 시장이 바뀔 수도 있을까?
치료제가 새롭게 등장하면 환자들이 약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진다. 환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 약제 중의 하나에 부작용이 있으면 다른 약으로 교체할 수 있으니까 좋다.

기존 3세대 치료제(타그리소)로 치료가 잘 되고 있는 환자를 굳이 신약(렉라자)으로 바꿀 이유는 없다. 기존 3세대 치료제를 처방받는 환자 중 가끔 간질성 폐렴이 발생해서 어쩔 수 없이 약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약을 교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어느 약이 더 좋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 임상 결과만을 볼 때는 효능은 굉장히 비슷하다. 부작용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렉라자가 타그리소에 비해 피부독성이 조금 덜하고, 심장독성 이상반응 발생률이 낮아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렉라자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렉라자는 아직 180명 정도의 임상데이터밖에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와 장기간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렉라자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보험은 당연히 돼야 한다. 렉라자는 이미 보험이 적용된 기존 3세대 치료제 타그리소와 적응증이 같고, 유효성과 내약성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기존 3세대 치료제와 비슷한 약이다. 아주 새롭고 획기적인 약은 아니지만, 오랜 임상경험으로 판단해보자면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폐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옛날에는 '폐암 진단을 받으면 6개월밖에 못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같은 다양한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니 환자와 보호자들께서는 폐암 4기 진단을 받더라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고 열심히 치료에 정진하면 그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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