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다이어트가 귀를 망가뜨린다

입력 2021.03.18 16:54

목소리 울리는 '이관 개방증'… 이명과 다른 질병

귀
이관은 상황에 맞게 닫힘과 열림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기능이 망가져 계속 열려있는 상태를 ‘이관 개방증’이라고 한다. 급격한 다이어트 후에 잘 생긴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직장인 이민정씨(41)는 다이어트로 10㎏ 감량 후부터 자신의 숨소리나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리기 시작했다. 너무 괴로워서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 최근 '이관 개방증'이라는 생소한 질병을 진단 받았다.

◇이관 개방증이란
이관(耳管)이란 귀의 고막 뒤 ‘중이(中耳)’라는 공간과 코를 이어주는 관으로, 귓속 압력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평소 닫혀있다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하면 열리고, 공기가 순환돼 압력을 조절한다. 이관은 상황에 맞게 닫힘과 열림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 기능이 망가져 계속 열려있는 상태를 ‘이관 개방증’이라고 한다. 이관 개방증이 있으면 숨 쉴 때 호흡음이나, 말할 때 자기 목소리가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맥박 뛰는 소리가 들리는 ‘박동성 이명’이나 귀 먹먹함이 심한 ‘이충만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유병률은 성인 기준 0.9%로 알려져 있다.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이호윤 교수는 “워낙 생소한 병이라 증상이 발현돼도 돌발성 난청 등과 혼동하거나, 아예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숨소리가 들리는 등 불편함이 심해 불안·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급격한 다이어트 등이 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병원에서 이관 개방증 환자 190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흔하게 동반된 이상은 알레르기였고, 체중 감소, 인후두역류질환, 스트레스 및 불안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환자 나이는 38세였고, 여성이 54%로 남성보다 약간 더 많았다.

이호윤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사춘기 소녀들이 과도한 다이어트로 갑자기 살이 빠질 때, 이관 개방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관은 점막에 싸여 있는데 급격히 살이 빠지면 점막을 포함해 이관의 볼륨이 줄어들고, 막혀있던 관이 열리면서 이관 개방증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암, 신경퇴행성 질환, 임신 등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증가, 피임약 복용 등과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3개월 지나도 자연 회복 안되면 치료를
이관 개방증은 자연 회복하는 경우도 많지만, 2~3개월이 지나도 회복이 안된다면 자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관 개방증은 경험있는 이과(耳科) 의사가 내시경을 통해 귀 안의 고막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박동성 이명이나 이충만감 증상이 있으면 감별해야 할 질환이 많기 때문에, 혈관을 보는 MRA 등의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 개방증에 가장 흔히 하는 치료는 고막에 관을 박는 '고막 환기관 삽입술'이다. 이호윤 교수는 “귀에 고막 환기관을 삽입하면 고막의 움직임이 줄어 숨쉴 때 들리는 소리가 사그라들 수 있다”며 “그러나 이충만감이 있으면 해결이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는 인조고막 패치술이 시도되고 있다. 손상된 고막에 인조고막을 덧대 고막 손상 부위가 정상화 되도록 돕는 수술이다. 이호윤 교수는 “인조고막을 붙여서 고막의 무게 증가시켜 고막의 움직임을 떨어뜨리면 숨소리 등이 안 들린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2019년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외래에서 시행하는 인공 고막 패치술만으로도 대부분 환자가 즉각적 증상 호전을 보였다. 이 경우 한 달 째 경과 관찰에서도 83%, 3개월 경과 관찰시 65%에서 완전 호전된 상태가 유지됐다.

이 교수는 “‘이관 개방증은 치료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환자가 많은데, 실제로 처치를 시행하면 즉각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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