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인공와우 최신 수술법
환자별 달팽이관 맞춤 분석
청신경에 더 가까이 전극 삽입
최병윤 교수 300례… 亞 최다
'풀백 수술 기법' 국내 첫 도입
◇환자마다 달팽이관 크기 달라… '맞춤형' 수술 필요해
인공와우 수술은 1989년에 처음 시작돼 현재는 다수의 병원에서 시술이 가능할 만큼 상용화됐다. 이제는 익숙한 수술이지만, 최적의 수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정밀의료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환자마다 달팽이관의 모양이나 크기, 유전정보 등은 모두 다르다"며 "환자 개인의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맞춤 진단과 수술이 이뤄져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윤 교수는 지난 2018년에 얇은 전극을 이용해 달팽이관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청신경에 가장 근접하도록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의 수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해 도입했다. 현재까지 시행 건수는 300건 이상으로,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가장 많은 수술 건수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풀백(pull-back) 수술 기법' 또한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전극을 일부러 조금 더 넣었다가 다시 당겨서 달팽이관 내부의 '정원창'에 걸리도록 해 청신경에 더욱 가깝게 삽입할 수 있는 기법이다. 청신경에 가깝게 전극을 삽입하는 것은 미세한 차이지만, 태생적으로 청신경이 매우 가는 아이들에겐 작은 차이가 듣거나, 듣지 못하게 되는 수술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
풀백 기법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도 환자 개인의 상태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최 교수팀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풀백 수술 기법을 통해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38명(소아 난청 19명, 성인 난청 19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달팽이관 크기가 작을수록 동일한 수술 기법을 적용했을 때 전극과 청신경 사이의 거리가 멀어짐을 확인했다. 개인별 달팽이관의 크기를 고려해 전극 삽입 깊이를 조절해야 더 좋은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이 기법을 통해 수술받은 환자들의 잔존 청력 또한 잘 유지됐다.
◇수술 지금 해야 할까? 답은 '유전자 정보'에 있다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데도 정밀의료적 접근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남은 청력이 거의 없어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하는 상태라면 가능한 한 빨리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게 권장된다. 문제는 청력이 '애매하게' 남은 경우다. 최병윤 교수는 "청력이 단기간에 나빠질 가능성이 적고, 보청기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고, 발음에도 문제가 없다면 보청기를 계속 사용하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며 "그러나 청력이 단기간에 나빠질 가능성이 높고, 언어발달에 문제가 있다면 수술을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력이 단기간에 나빠질 가능성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최 교수팀은 소아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인 'SLC26A4 유전자'와 'GJB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난청 환자를 비교 분석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난청 진행 양상의 차이점을 수치화했다. SLC26A4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난청의 진행 속도는 1년 평균 10㏈ 이상 진행됐지만, GJB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난청의 진행 속도는 1년 평균 5㏈ 진행됐다. 최 교수는 이 두 유전형에 따른 난청 진행 속도를 저·중·고 주파수별로 수치화해 수술 시기 결정을 도울 근거를 마련했다. 최병윤 교수는 "유전자 검사로 원인을 파악하고, 적기에 치료받아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 교수
난청이 생긴 원인을 모르면 환자나 부모 입장에서는 수술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 최병윤 교수는 난청의 원인 파악에 최우선으로 주력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최병윤 교수는 "환자분들이 수술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원인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모든 난청 환자에게 MRI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에서는 소아 환자의 경우 75%, 성인 환자의 경우 50~60%의 원인을 파악한 후 수술을 진행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전극의 종류나 수술 방법도 면밀하게 분석해 결정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의 또 다른 특장점은 수술 후 기계 착용 시간이 다른 병원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타 병원은 수술 2~3주 후에 기계를 착용하는 반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 24시간 후에 기계를 착용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자체 연구를 통해 수술 후 24시간 후에 달팽이관 내부 전극의 저항값이 가장 낮아진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다만, 24시간 후에 기계를 착용하려면 수술 후 부기가 거의 없어야 한다.
최병윤 교수는 "부기를 줄이기 위해 수술할 때 절개도 적게 낸다"며 "기계가 안정화되는 기간도 빨라 병원 방문 횟수도 적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