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마약에 빠졌나… 스트레스 회피 성향 때문

입력 2021.03.15 13:01

20대 마약사범 전 연령대 1위

남성이 주사기를 놓는 모습
전문가들은 사회·구조적 문제 외에 20대의 신체적·심리적 특성 또한 마약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대들의 마약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 마약사범 중 20대 비중 높아지고 있으며, 마약 구매와 투약 방법은 교묘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마약의 ‘늪’에 빠지게 했을까. 대체로 SNS를 통한 쉬운 접근과 약한 처벌 강도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20대만이 가진 신체적·심리적 특성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20대 마약사범 3211명… 전체 연령대 중 1위
최근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총 1만2209명이다. 이 중 20대가 3211명(26.3%)으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2019년까지만 해도 30대와 40대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이들을 넘어섰다. SNS를 이용한 젊은 층의 마약 거래 방식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주로 온라인 메시지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고, 거래에는 현금뿐 아니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도 사용한다. 마약 운반이나 투약은 놀라울 만큼 과감하다. 길거리에서 대놓고 대마초를 흡입하는가 하면, 택배를 이용해 마약을 배송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마약 거래 방식이 20대 마약사범 증가에 높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SNS나 가상화폐 등을 사용하는 데 익숙한 만큼, 전보다 쉽고 은밀하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구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거래 방식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최근에는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약 유통이 가능해졌다”며 “판매자와 접촉하지 않아도 마약을 구매·투약할 수 있다 보니, 호기심이나 지인 권유만으로 20대들이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20대 마약범죄, 뇌 발달과도 연관 있어”
의료 관계자들은 2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원인이 그들의 심리적·신체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국립부곡병원 약물중독진료소 장옥진 소장은 “(20대는)새로운 자극에 대한 욕구는 왕성하지만, 이를 조절하는 기능이 제한적이다”며 “발달학적으로 쾌감이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감정적인 뇌 발달은 완료됐지만, 개인적·사회적 책임을 판단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젊은층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대체행동’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대체행동 자체가 없는 것 또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 소장은 “평소 스트레스가 많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사교활동이 부족한 경우 중독질환에 취약하다”며 “전보다 다양한 사회적 압박을 경험하는 데 반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활동은 부족한 사회적 배경 또한 (20대 마약사범 증가에)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대 마약사범, ‘자극추구형’·‘불안회피형’ 성향 보여
실제 20대 마약사범을 만나본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극추구형’과 ‘불안·위험회피형’ 성향을 띤다. 새로운 자극에 대한 왕성한 욕구를 보이는 것을 자극추구형이라고 하며, 스트레스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쉽게 피로해지는 경향을 위험회피형이라고 한다. 마약범죄를 일으킨 20대들에게는 두 가지 성향이 모두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자기중심성이 낮은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중심성이란 의지와 목표를 갖고 스스로 생활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20대 마약사범의 경우 일반인들에 비해 이 같은 능력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

◇어릴수록 뇌 손상·중독질환 발생 가능성 높다
마약의 위험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한 번 마약에 노출되면 연령과 상관없이 중독질환을 발생시키고, 심각한 뇌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운동기능 저하와 금단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폭행을 비롯한 또 다른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마약을 시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다양한 마약을 사용할 위험이 높다. 뇌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약의 영향을 받으면, 더 많은 뇌 손상을 일으키고 추가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장옥진 소장은 “마약은 뇌 기능은 물론, 사회활동,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며 “뇌 기능이 발달하고 사회 활동이 왕성해지기 시작하는 20대에 마약을 사용할 경우,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은 중독성이 곧 재범… 중독 치료 지원 강화돼야”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일수록 마약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당사자는 물론, 주변과 사회적 도움·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의지와 목적에 의해 생활을 계획하고 사회적인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개인의 발전, 유대감 등 건강한 쾌감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약을 비롯한 다양한 중독성 물질, 디지털미디어의 심각성에 대한 홍보·교육과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제도적 개선 또한 필요하다.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관련 예산이 적은 상태”라며 “마약은 중독성이 곧 재범으로 이어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단속 위주가 아닌 중독성 치료에도 초점을 맞춰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번 마약을 하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특히 본인 인생 뿐 아니라 주변 지인, 가족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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