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 많이 바라보는 것, 소아 사시의 가장 중요한 열쇠"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1.03.08 08:51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소아 사시 명의’ 삼성서울병원 안과 오세열 교수

 

오세열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오세열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아이가 태어나면 빨리 눈을 뜨고 맑고 깊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길 원한다. 그러다가 아이의 눈이 사시인 걸 알게 되면 부모들은 온갖 걱정과 자책에 사로잡힌다. 소아 사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정말 심각한 질환인 걸까. 삼성서울병원 안과 오세열 교수와 소아 사시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아이가 태어나면 언제부터 눈을 유심히 봐야 하나?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기들은 눈을 못 떠서 부모들이 아이의 눈을 아주 궁금해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눈을 떴는데 눈동자가 바깥으로 벌어져 있어서 걱정하기도 한다. 이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수일~수주 안에 제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눈동자가 안으로 몰렸고, 이런 현상이 생후 4개월이 지나도 계속된다면 안과 전문의를 찾기를 권한다. ‘영아 내사시’일 수 있다.

-영아 내사시란?
태어난 지 6개월 미만 아이의 눈동자가 안쪽으로 몰린 것을 말한다. 한 쪽만 몰릴 수도, 양 쪽 다 몰릴 수도 있다.

-영아 내사시는 어떤 문제를 유발하나?
아기들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나면 큰 사물을 본다. 시력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사시가 있으면 양 쪽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입체시’ 형성이 안 될 수 있다. 입체시란 양 쪽 눈이 한 사물을 보면서 눈과 사물 간 거리를 가늠하는 것을 말한다. 6개월 쯤 입체시가 형성되고, 늦어도 두 돌 전에 완성된다. 그래서 영아 내사시는 두 돌이 되기 전 수술하는 게 원칙이고,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영아내사시 환자 사진
영아 내사시 환자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영아 내사시 치료는 어떻게 하나?
영아 내사시는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아주 가끔은 안경을 먼저 끼기도 하는데, 원시가 심해서 사시가 유발된 경우다. 원시 때문에 잘 안 보여서 잘 보려고 힘을 주다 보니 눈이 안쪽으로 몰린 경우에 해당한다. 원시가 있는지를 잘 판별해야 한다. 눈 굴절검사를 해서 원시가 심하면 당연히 안경을 먼저 껴보고, 안경으로 사시가 교정되면 수술하지 않는다.

수술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50% 정도에 그친다. 영아 내사시 자체가 뇌 발달과 관련이 커서 아이의 눈 유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술해서 눈을 제 위치에 맞춰놔도 다시 몰리거나 위로 올라가는 일이 많이 생긴다. 평균적으로 세 번 정도 수술 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 쪽만 사시가 있더라도 상태에 따라 양 쪽 눈 모두 수술할 수 있다.

수술이 많이 아플까봐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다. 수술 후 불편함은 수술 부위를 꿰맬 때 쓰는 봉합용 실 때문에 대부분 생기는데, 요즘은 봉합용 실이 잘 개발돼 있어서 이런 불편함 마저도 크지 않다.

-영아기가 지나면 사시 유형이 조금 달라지나?
두 돌 이후에는 간헐적 외사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이나 유럽은 전제 사시 환자의 70%가 내사시다. 동양권 국가에서는 사시의 70%가 외사시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할 때 눈동자가 바깥으로 살짝 벌어지는 간헐적 외사시가 많다.

-아이의 사시 재발을 막으려면?
잘 보게끔 해야 한다. 시력을 정기적으로 잘 측정하고, 굴절 검사를 잘 해서 필요 시 안경을 쓰거나 여러 교정을 통해 눈이 잘 보이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또, 아이가 피로하지 않게 해야 한다. 오랫동안 집중해서 한 곳을 보지 않도록 하면 좋다. 수술 후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검사 받기를 권한다.

-학령기에 새로 사시가 생기는 경우가 있을 텐데?
많지는 않다. 대개 두 돌 쯤 간헐적 외사시로 많이 나타난다. 다만 이미 사시가 나타났는데, 사시 각이 크지 않고 빈도도 잦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할 수는 있다.

-빈도와 각도 중 뭐가 더 중요한가?
빈도가 중요하다. 빈도가 잦지 않다는 건 아이의 시력이 많이 나쁘지는 않다는 의미다. 빈도가 잦으면 그게 점점 심해져서 항시 사시가 될 가능성이 많다.

-간헐적 외사시를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간헐적 외사시를 놔두면 70%는 더 악화된다. 따라서 사시를 발견하면 교정이든 수술이든 상황에 맞는 치료를 빨리 시행하는 게 좋다. 가림치료를 할 수도 있는데, 패치를 떼면 다시 나빠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결국은 수술해야 한다. 패치는 수술 시기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병원 몰림 현상이 심한 것 같은데?
아이 사시가 의심되면 대기가 길더라도 유명 대형 병원부터 찾으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소아 사시는 안과전문의라면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영아 내사시의 경우 진단이 까다로울 수 있어 ‘소아 안과’를 전문으로 공부한 안과전문의를 찾기를 권한다.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과 장비가 잘 갖춰지고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 곳에서 하면 좋다.

-아이가 사시인 부모에게 한 말씀 한다면?
전체 인구의 3~5%가 사시다. 그만큼 사시 환자가 많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아이의 눈을 많이 바라보길 바란다. 사시가 걱정돼서 안과에 와도 의사가 아이를 보는 시간은 짧다. 부모는 아이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언제 눈이 이상한지 얼마나 심해졌는지 등을 가장 잘 안다. 아이의 상태를 잘 관찰했다가 병원에 왔을 때 의사에게 전해주면 좋다. 그러면 아이의 치료 계획을 조금 더 정확히 세울 수 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고 심하면 꿰매듯 사시도 마찬가지다. 너무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오세열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오세열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오세열 교수
아이들의 안과 질환을 주로 진료한다. 그 중에서도 사시 수술의 1인자로 꼽힌다. 수술 효과가 크지 않았던 마비사시의 새로운 수술법을 고안해 수술 성공률을 높였고, 현재 이 수술기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그에게 진료 받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갖고 치료한다. 대한안과학회 학술이사, 한국신경안과학회 기획이사,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보험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