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 오이, 당근… ‘채소’가 알레르기 주범일 수도

입력 2021.02.26 17:30

이유식 너무 일찍 먹인 게 원인

채소
채소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주부 김모씨는 아이가 채소를 지독히 싫어해 고민이 많았다. 김 등에 잘 숨겨서 먹여도 아이는 어떻게 알았는지 채소만 먹으면 울었다. 건강을 생각하면 안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계속 우는 아이가 이상해 병원에 가서야 원인을 알았다. 아이의 기도 안이 부어있었던 것. 아이는 채소 알레르기 진단을 받았다.

국내 소아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수종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년간 소아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이 무려 50% 높아졌다. 그만큼 유발원인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꽃가루, 견과류, 과일 등에 비해 채소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채소 알레르기, 나이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채소 알레르기는 성인과 소아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는데, 두 경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알레르기는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에게 특정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항원으로 작용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소아 때 채소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채소 단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정희 교수는 “말도 못 하는 아이에게 채소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이유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유식을 너무 일찍 혹은 과도하게 먹이면 아직 미성숙한 장에 다양한 단백질이 노출되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이 된 후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채소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됐을 수 있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채소나 과일, 견과류에 있는 꽃가루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단백질이 몸에서 꽃가루 단백질로 인식돼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정희 교수와 분당차병원 호흡기내과 김미애 교수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국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42%가 과일이나 채소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은 소아와 성인 채소 알레르기 둘 다 유사하다. 보통 입 주변과 입안, 목구멍이 간지럽고 붓는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기침과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과민성 쇼크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원인 물질에 노출된 이후 5~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면, 익힌 채소 먹어도 돼
채소가 대표적인 영양 보충 물질이다 보니, 채소 알레르기가 있다면 영양소 섭취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될 수 있다. 성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으로 채소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거라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익혀 먹으면 된다. 꽃가루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단백질은 대체로 열을 가했을 때 파괴된다.

단독 채소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소아의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익혀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채소 알레르기는 영양 불균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아는 게 중요하다”며 “채소 알레르기가 나타났다면, 다른 채소에서도 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어떤 채소가 안전하고, 어떤 채소는 피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뒤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유발하는 채소가 정확히 뭔지 알아야
알레르기 질환의 제 1 법칙은 회피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식품을 명확히 알고 피해야 한다. 강재헌 교수는 “사실 모든 음식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데, 채소처럼 알려지지 않은 유발 물질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의심하지 못해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차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으니 반드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뭔지 확인한 뒤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소 중 알레르기를 자주 유발하는 것으로 토란, 인삼, 오이, 당근, 들깻잎, 도라지, 셀러리, 더덕, 쑥갓, 칡, 연근, 가지, 아스파라거스, 아보카도, 양배추, 상추, 양파, 감자, 시금치, 마늘 등이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증상으로 쇼크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 등 응급 약물을 상비해야 한다.

다행히 알레르기는 크면서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릴 때 잘 생기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으로 우유랑 계란이 있는데, 두 식품 알레르기는 보통 크면서 없어진다. 최정희 교수는 “천식·집 먼지·진드기 알레르기는 면역치료 방법이 있지만, 식품에 의한 알레르기는 아직 예방적 치료 방법이 없어 증상이 생기면 완화하는 치료가 최선이었다”며 “최근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면역 치료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미래에는 예방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