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은 달 주기 따른다"는 미신… 어쩌면 '과학'

입력 2021.01.29 08:15

옥스퍼드大 연구팀 분석... "친구끼리 주기 비슷"은 오해

생리주기 달력
여성들 간에 생리주기가 비슷해지는 현상에 대해 학계 의견은 분분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여성 지인과 함께 생활하면 '생리주기'가 비슷해진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생리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생리주기 동기화'나 '생리 전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일까? 영국의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룸메이트로 함께 생활해도 생리주기가 비슷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문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월경(月經)'이 '달(月)'과도 연관성이 깊다는 최근 연구가 단서를 준다.

◇생리주기 비슷하다는 착각… '달'이 원인일 수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생리주기 동기화 현상을 실험하기 위해 자매, 룸메이트 등 함께 생활하는 여성 360쌍을 대상으로 생리주기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들은 서로 생리주기가 비슷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갈수록 생리주기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생리주기 동기화 현상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여성의 평균 생리주기는 26~35일 정도로, 대부분 한 달에 한 번 1주일가량 생리를 한다. 그만큼 우연히 겹칠 확률도 높다. 친밀감 형성을 위한 심리적 원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최근 생리주기 동기화 현상을 설명할만한 독특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연구진이 22명의 여성을 최장 32년, 평균 15년 장기간 분석한 결과, 달의 주기와 여성의 생리 주기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함께 지내는 여성끼리 생리주기를 닮는 게 아니라, 달의 주기에 따라서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유사해질 수 있다는 것. 이 밖에도 과거 달의 주기가 출산 시간, 출산율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과학계는 이런 실험적인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여성들의 경험담을 뒷받침할만한 여러 근거 중 하나로 추측해볼 순 있다.

사실 생리는 보수적인 동양권 문화에서 월경을 돌려서 부르는 말이다. 월경이 여성의 생리현상이라고 해, '생리'만 따와 부르게 된 것이다. 예로부터 고대인들은 여성이 생리를 한 달에 한 번 한다고 해서 '달(月)'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 왔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아르테미스'도 달의 여신인 동시에, 출산을 돕는 여신이었다. 아직도 여성이 다른 동물과 달리 왜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선조들의 그럴듯한 추리가 추후 과학의 발전과 함께 진실로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규칙한 생리주기, 사망 위험까지 경고한다
어찌 됐든, 여성의 생리현상도 '자연의 섭리'라는 교훈을 남긴다. 자연적인 생리 주기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여성의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생리주기가 길거나 불규칙한 여성은 조기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약 9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사람과 40일 이상으로 긴 사람은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여성보다 사망할 위험이 각각 34%, 28% 더 높았다. 연구팀은 "생리주기는 여성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생리불순'이 있다면 배란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며 "여성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인해 몸의 컨디션이 저하될 때도 생리주기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