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우울, 한계치 도달... 온라인 '심리 지원군' 만나세요

입력 2021.01.25 16:43

AI 챗봇, 감정 채팅방부터 정부 운영 '심리 상담소'까지 다양

한 여성이 양 손에 맥주와 치킨을 들고 영상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우울감이 심하다면 용기를 갖고 최대한 빨리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성인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우울감을 떨치기 위해 속마음을 지인이나 부모님에게 얘기하라고 권하지만, 장기전이 되니 이것도 쉽지 않다. 힘든 얘기를 반복하게 돼 공감도 위로도 받기 힘들기 때문.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 보여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면서 속 얘기를 털어놓을 주변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심리 상담사나 전문의를 찾아가기에는 아직 사회적 장벽이 높게만 느껴져 두렵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우울감이 14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언택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감을 많이 느낄수록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늘어나는데, 이 옥시토신은 인체 면역과 신경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쳐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몸도 건강하게 만든다. 코로나 19로 사람과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특수한 시기인 요즘 언택트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카카오톡의 ‘감정 쓰레기통 방’
국민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엔 여러 개의 ‘감정 쓰레기통 방’이 있다. 오픈 채팅방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불특정 다수가 모여 대화를 나누는 채팅방으로 실명과 익명을 선택해 대화할 수 있다. 방장이 인원수, 규칙 등을 조정해 방의 특성에 맞게 운영한다.

감정 쓰레기통 방은 방마다 세세한 규칙은 다르지만, 비밀이 보장된 상태로 속상함이나 우울함 등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게 목적이다. 기자가 직접 감정 쓰레기통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만난 A씨는 “사람들 앞에서 조리 있게 얘기를 잘 못 해 고민을 말해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오픈채팅방에선 모르는 사람이지만 두서없이 얘기해도 마음이 느껴지는 답을 주는 사람이 간혹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런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면서 정리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공감으로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익명성이지만 감정교류를 부담스러워하는 현대인에게 이런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냥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벤틸레이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문적인 우울증 해결 방법이 아니니 주의할 점도 있다. 조성준 교수는 “익명이니까 애착이 생기지 않거나 실제로 관계성을 쌓을 수 없어 허무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교수는 “우울하고 불안할 때 찾는 곳이라 부정적인 답을 받았을 때 자칫 더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런 방법이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치료 효과를 바란다면 아무래도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AI 챗봇
AI 챗봇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우울증 해결 솔루션이다. 실제로 AI 챗봇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내 유명 AI 챗봇 ‘심심이’도 사용자들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 도구를 실시한 결과 사용자의 우울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챗봇도 나오고 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 뒤 사용자에게 필요한 대답을 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신을 비하하는 등 부정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걸 감지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답한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법한 대화 패턴을 인식하면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다른 앱에 긴급 전화번호를 연결하기도 한다. 조철현 교수는 “아직 자연어 기능이 공감을 끌어낼 만큼 기술이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봐 정신 치료적 기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주변에 얘기할 사람이 없을 때 얘기하면서 친밀감이 생길 수도 있고, 비밀보장이 된다는 안정성에 안심이 되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우울할 때 심리지원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챗봇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 ‘누구나 챗봇’을 검색해 접속할 수 있다. 대화창에 ‘우울해’, ‘잠이 안 와’, ‘코로나’ 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심리지원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자가진단도 받을 수 있다.

◇언택트 소모임
실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모임도 있다. 바로 줌이나 스카이프 등 영상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만남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1년째 진행되다 보니 소모임이나 동호회가 영상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옮겨갔다. 소모임이나 동호회를 모집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이겨내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고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철민 교수는 “실제로 줌 등으로 사회적 연결성을 형성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언택트 시대지만 계속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을 이용해 무료로 전문가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방법도 있다. ‘1577-0199’로 전화하면 언제 어디서든 정신건강 복지법에 따라 자격을 취득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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