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처럼 심전도를 집에서… 코로나 시대, 쏟아지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입력 2021.01.22 17:08

심전도 장시간 모니터링, 숨어있는 부정맥 찾아

심전도 웨어러블 의료기기
에이티센스 ‘에이티패치’ 제품. 선이 없는 패치 형태로 11일간 연속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에이티센스 제공

혈압기·혈당기처럼 심전도를 집에서 검사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심장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전도는 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다. 심장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 질환이다. 지난해 5월에는 병원에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휴이노의 메모워치)가 처음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애플워치·갤럭시워치처럼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 제품에 탑재된 심전도 측정 앱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환자의 의료 데이터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활용하지 못했다. 2019년 정부가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에 지정되면서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신기술을 지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해 주는 제도다.

심전도 웨어러블 의료기기
휴이노의 ‘메모워치’ 등 웨어러블 의료기기. 메모워치는 지난해 처음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휴이노 제공

◇장기간 심전도 측정으로 부정맥 진단율 높여
부정맥은 단 한번의 심전도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심장 맥박은 멀쩡하다가 어느 순간에 이상이 발생하는데, 그 때 검사를 해야 진단이 가능하다. 병원 내원 당시 별 증상이 없다면 심전도 결과 역시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를 시행한다. 24시간 동안 심전도 데이터를 모니터링 해도 완전하지는 않다. 부정맥 진단율이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는 이 ‘틈’을 파고 든다. 꼭 병원이 아닌, 언제 어디서라도 장시간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율이 높아진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 가능한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는 제품에 따라 7~14일간 몸에 붙이고 심전도 측정을 한다. 고려대안암병원 흉부외과 손호성 교수는 “부정맥은 심전도를 오랜 시간 모니터링 하면 진단율이 높아진다”며 “병원에 와서 홀터 심전도 검사를 하면 병원에 여러 번 내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런 면에서 웨어러블 기기는 환자 편의성이 높다”고 말했다. 10일 이상 연속으로 심전도 모니터링을 한다면 부정맥 진단율이 96%까지 높아진다.

◇심전도 데이터 AI가 분석… 의사가 모니터링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손목시계 형태와 패치 형태. 이들은 건강보험 급여 인정도 받았다.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환자가 시계를 차고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준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심전도에 비정상 신호가 있으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환자 내원을 결정한다. 에이티센스의 ‘에이티패치’, 드림텍의 ‘카데아 솔로’ 는 패치 형태로, 역시 전송된 심전도 데이터를 AI가 분석, 의사 원격 모니터링에 쓰인다.

패치는 작고 간편해 편의성이 높아졌다. 현재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는 가슴에 전극을 5개 정도 부착한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기기 부착과 탈착을 위해 이틀간 병원에 내원해야 하고 검사 중에는 샤워를 할 수 없다. 패치 형태의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는 전선이 없으며, 배터리 교체나 충전 없이 최대 14일 간 연속으로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 방수 기능이 있어 샤워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2011년 미국에서 개발된 아이리듬사의 '지오패치'는 전체 홀터 심전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그후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유사 제품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손호성 교수는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는 복잡한 부정맥을 잡긴 어렵지만, 간단한 부정맥 진단에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심전도의 정상 리듬하고 다른, 단순한 이상 리듬은 잘 찾으며, 심방세동 진단율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데이터가 쌓이고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복잡한 부정맥이나 심장 질환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전도 웨어러블 의료기기
스카이랩스의 ‘카트원’. 온라인 등에서 구매 가능한 의료기기/스카이랩스 제공

◇온라인몰에서도 판매… 365일 모니터링 가능
병원에서 의사 처방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 혈압기 같이 온라인 등에서 살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이들 제품은 24시간  365일 심장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2월 판매를 시작한 스카이랩스 ‘카트원’이다. 카트원은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면 자동으로 24시간 연속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 측정된 데이터는 환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 영구적으로 보관돼 원하는 기간의 기록을 추적, 분석, 관리할 수도 있다. 카트원은 서울대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시행한바 있다. 심방세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카트원의 심방세동 정확도는 99%로 나타났다. 카트원은 해외 유수 학회에 임상 결과를 발표해, 2018년 부터 2년 간 유럽심장학회 디지털 헬스 기술 경쟁에서 우승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병원과 임상 연구를 시작했다. 스카이랩스 이병환 대표는 “반지 내 삽입된 작은 광혈류 측정(PPG) 센서가 손가락 혈관 내 혈류 흐름을 관측해 심방세동의 불규칙 맥파를 측정하는 기술로, 별도 기기 변경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고혈압·호흡기 질환 등 새로운 질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얼라이브코어의 ‘카디아모바일’은 휴대 스틱 타입으로 스틱에 양쪽 손가락을 올려 30초 내로 심전도 측정을 한다. 데이터는 스마트폰의 앱으로 전달돼 AI를 통해 분석한다. 심방세동, 빈맥, 서맥 등을 모두 측정할 수 있다. 카디아모바일은 전체 85건에 달하는 학술자료 및 임상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애플워치 4부터 적용되는 심전도 측정 앱과, 부정맥이 감지되면 알림을 보내는 기능도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았다. 데이터는 건강 앱에 저장돼 의사와 공유할 수도 있다. 갤럭시워치3의 경우도 심전도 측정 앱과 알람 기능이 있다.

손호성 교수는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는 국내에서 이제 막 적용되는 단계로, 부정맥 등 심장질환 진단에 보조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을 통해서 의사의 신뢰를 더 받아야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이 기기 착용 후 부정맥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나 잘못된 믿음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전도 웨어러블 의료기기
얼라이브코어 ‘카디아모바일’. 지금까지 쌓인 임상결과가 많다./얼라이브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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