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소환한 '층간소음'... 건강 얼마나 해칠까?

입력 2021.01.13 16:23

예민해진 사람들… 뇌졸중·이명으로 이어질 수도

층간소음 사진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생활, 악화된 정신건강이 층간소음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을 호소하는 사람도 함께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 게재한 '집콕댄스' 홍보영상이 층간소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에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 논란은 층간소음에 관한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예민한 상황, 층간소음은 신체적·정신적 건강까지 해칠 수 있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층간소음, 뇌졸중·이명·정신질환 위험 높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관련 민원접수는 895건으로, 2019년(507건)과 비교해 약 80%나 증가했다. 분쟁 현장을 방문해 피해 사례를 해결해 달라는 '현장진단' 신청도 267건에서 35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층간소음을 견디지 못해 '폭발'하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층간소음에 복수하기 위한 제품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천장에 우퍼 스피커(저음용 스피커)를 설치해 일부러 위층에 소음을 유발했다는 '복수담' 사례가 퍼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층간소음은 주로 매우 큰 소리가 아닌, 비교적 소리가 작고 낮은 형태로 나타난다. '쩌렁쩌렁'한 소음이 아닌데도 불쾌감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층간소음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불확실성'이 원인 중 하나"라며 "예측 가능한 소음과 달리, 층간소음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속해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위층과의 갈등을 유발해 대인관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 '스트레스'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층간소음과 같은 저주파 소음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건강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성준 교수는 "반복적인 저주파 소음 노출은 우울·불면·짜증·날카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전반적인 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와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코르티솔은 감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심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음이 높은 도로변에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25%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스페인 바르셀로나 델마 의학연구소). 귀 건강도 위협한다.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원철 교수는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이유 없이 잡음이 들리는 '이명'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부른 분노… 층간소음으로 이어져 악순환
지난해 유독 층간소음 민원 사례가 많았던 것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민해진 사회적 분위기 탓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압박감은 커지지만, 스트레스를 풀 곳은 없어 전국민의 정신건강이 위태로운 상태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격한 분노를 느끼는 '코로나 레드'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조성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정에 날이 선 사람들이 많다"며 "평소에는 참을 수 있었던 소음도 포용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고 말했다. 코로나로 화가 난 사람들이, 층간소음에 더욱 크게 분노할 수 있다는 것.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집에서 하는 '홈트(홈트레이닝)'나 춤추고 노래 부르는 행동 등이 층간소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악순환이다.

층간소음에 짜증이 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과도해 우울, 불안으로 이어질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조성준 교수는 "우선은 원만한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봐야 한다"며 "층간소음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 요즘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진 것은 아닌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만약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나, 분풀이가 안 돼 잠을 못 자는 등 생활패턴이 무너질 정도라면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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