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헌혈 25% 줄어 '재난' 상황… "내 가족 수술 못할 수도"
코로나19가 부른 또다른 재난, ‘헌혈 공백’이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향후 2~3년은 헌혈자 부족으로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못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혈액 부족은 또다른 재난 상황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안 그래도 부족하던 헌혈 인구가 더 줄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총 헌혈자 수는 2019년 279만1092명에서 지난해에는 261만1401명으로 약 18만 명 감소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학교가 임시 폐쇄되면서 고등학교·대학교 등에서 실시하던 단체 헌혈이 중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체 헌혈자의 30.39%(2019년)를 차지한 단체 헌혈이 지난해에는 24.67%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현재 혈액 보유량’은 혈액 수급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혈액 보유량이란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혈액과 검사 대기중인 혈액의 재고량을 합친 것을 말한다. 5일치 분량에 못 미치면 ‘위기 상황’으로 본다. 1월 8일 현재 혈액 보유량은 3.9일로 위기 상황 중에서도 ‘관심이 필요한’ 단계이며, O형의 경우 3.1일로 ‘주의가 필요한’ 단계에 근접했다.
◇거리두기·방역 염려 말고 헌혈의 집 방문을
기존에 헌혈하던 사람이 헌혈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는데, 이 시점을 기준으로 헌혈 인구가 8% 감소했다(헌혈의 집 광화문센터). 광화문센터에서 11월 28일~12월 7일(총 10일) 사이에 헌혈한 사람은 509명이었는데 거리두기 격상 이후 10일 동안에는 469명이었다. 전년도 대비 동기간 수치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9년 12월 8일부터 총 10일간의 전체 헌혈자는 7003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헌혈자는 5624명으로 19.6%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헌혈의 집이나 헌혈카페 등은 기타 의료시설이나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소독 및 방역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모든 출입자는 발열 확인 및 손소독을 해야 하고, 마스크도 반드시 써야 한다. 헌혈자가 다녀가면 그 자리는 바로 소독을 실시한다. 헌혈자 간 거리도 일정 간격 유지하고 있으며, 헌혈 전 문진 시 해외 여행력이나 호흡기 증상 등을 확인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에 사용하는 모든 채혈 도구는 일회용이라서 채혈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젊은층 의존도 낮추고 중장년 헌혈 적극 참여해야
문제는 헌혈 공백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헌혈은 첫 경험이 중요하다. 채혈에 대한 두려움을 나눔에 대한 기쁨으로 바꿔주는 게 첫 헌혈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고등학생·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단체 헌혈을 못 하게 되면서, 이들의 헌혈 경험 기회도 사라졌다. 헌혈을 해보지 못한 젊은 층이 나이가 들어서 처음 헌혈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단체 헌혈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젊은층의 헌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2019년 10~20대 헌혈 비율은 전체 헌혈자의 65.2%였다. 일본(20.9%), 프랑스(26.8%), 대만(34.37%)과 비교하면 두세 배로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수술받는 환자가 크게 늘어 수혈이 필요한 사람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만약 헌혈자 증가가 이에 못 미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헌혈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헌혈 연령층을 넓혀야 한다. 한 사람이 일생에 걸쳐 피를 수혈 받을 확률은 10% 정도다.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내가 헌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