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해치는 단백질을 치매 신약으로? 'TTR'의 신비

입력 2021.01.08 17:04

치매 원인물질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 효과 확인

뇌 모형
'트랜스티레틴'이라는 단백질이 유력한 치매 원인물질을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직 치매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다.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독성을 유발하고, 이것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학계에선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치매를 예방·치료하고자 하는 연구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트랜스티레틴(Transthyretin, TTR)' 이라는 단백질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심장 공격하는 물질, 치매 해결 '열쇠' 될까
트랜스티레틴은 본래 갑상선 호르몬과 레티놀(비타민A의 한 종류)을 신체 곳곳에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4개의 입자가 붙어 네잎클로버와 유사한 형태 '4량체'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인해 이 입자들이 흩어져 '단량체'라는 분자로 분리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는 분해된 조각들이 베타 아밀로이드처럼 독성을 띠게 돼 심장이나 신경을 공격하기도 한다. 유전적으로 트랜스티레틴이 정상적으로 합쳐지지 않는 질환을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이라고 한다. 진단 후 생존 기간은 약 3년 정도에 불과한 중증 질환이다. 치료법도 없어 간 이식으로만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위험한' 성분이지만, 치매엔 희망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트랜스티레틴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트랜스티레틴이 많은 실험쥐는 알츠하이머치매 진행 속도가 느렸고, 트랜스티레틴이 적은 실험쥐는 알츠하이머치매 진행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트랜스티레틴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분해하고,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억제한다. 이 연구는 지난 7일 '생화학회지(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에 게재됐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고성호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트랜스티레틴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을 막아준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들의 트랜스티레틴 혈중 농도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 '메디프론'이 트랜스티레틴 농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치매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뇌 장벽 뚫기 어려워… 해결한다면 '신약 후보'
트랜스티레틴의 독성을 제거하고,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순기능만 이용할 수 있다면 치매 신약 후보 물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앞선 연구를 주도한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로레나 셀레시스 박사는 "안전하게 변형된 트랜스티레틴을 실험쥐에게 투여했을 때 알츠하이머치매 진행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며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치매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치매 치료 신약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성호 교수는 "트랜스티레틴은 '단백질'인데, 단백질은 몸 안에 들어가면 수많은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된다"며 "분해되지 않고 혈액 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뚫고 뇌까지 전달될 수 있는지 임상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 교수는 "이런 한계점들을 해결한다면 신약 후보 물질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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