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봐도 눈물… '과잉 공감'이 우울증 부른다

입력 2021.01.07 17:03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더 취약

티비 보며 우는 여성 세 명
공감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과잉 몰입한 상태다./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 양모(40)씨는 최근 일어난 아동 학대 사건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괴로운 마음이 든다.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의 탈을 쓴 악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관련 뉴스를 외면하고, 동료들과의 대화 중 그 사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주제를 전환해버린다. 양씨는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마다 감정 이입이 돼 힘들었고, 한동안 울적한 기분이 들곤 했다”고 말한다.

학대 사건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안타까움과 재발 방지 대책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연일 이와 관련한 뉴스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양씨처럼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뉴스를 보는 것조차 힘들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잉 공감, 괜찮은 걸까.

◇‘마음 따뜻한 사람’일수록 과몰입 경향 보여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공감은 타인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사람은 부정적인 사건을 접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돼 있다.

이 공감의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감정은 기본적으로 전염되는 성향을 보이는데, 평소 무척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더 깊이 느낀다”며 “사고 소식이나 영상을 접한 뒤 부정적인 감정을 호소하고, 이것이 발전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 하고, 폭력적인 것을 싫어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 받는 경향을 보인다. 소리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다는 특징도 있다. 그러다가 평소 자신이 마음 속으로만 염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을 보면 놀라고, 분노를 느끼고, 더 나아가 공포와 불안감으로까지 이어진다.

◇상실 시 경험한 감정 자극 받아 정신질환에 취약해져
직접 겪은 일이 아닌데도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홍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것이 상실, 특히 사람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주변 사람이 죽거나 연예인 등 유명인이 사망한 것에도 영향을 받아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사건 역시 ‘사람에 대한 상실’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상실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다가 비슷한 사건이 트리거(trigger)가 돼 예전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심리적 유연성이 떨어져 정신 건강이 취약한 상태가 된다.

◇뉴스 멀리 하고, 카페인 섭취 말아야
이런 변화 자체가 병은 아니지만, 불면·불안·공포·우울 등의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문제다. 이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내면의 문제를 치유하는 것이 좋다.

양씨와 같은 경험을 한 번쯤 해 본 사람이라면 평소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몰입을 줄이기 위해 부정적인 소식과는 잠시 거리를 두자. 카페인을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온갖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뇌가 과도한 각성 상태인 경우가 많다.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즐겨 섭취하면 각성 상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또, 반대 성향의 사람과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다. 반대 성향의 긍정적인 감정이나 느긋한 성격에 공감하다 보면 예민함을 상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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