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전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승인하지 않았고, 유럽의약품청(EMS)에서는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아 이례적이다.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뒤따른다.
◇아스트라제네카 승인 막혔던 이유는 효과 부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는 초창기 가장 먼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설득력 떨어지는 임상 시험 결과, 핵심 데이터 및 정부 누락 등의 논란으로 승인 순위가 밀려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3상에서 1차 실험 결과 90% 면역 효과가 나타났지만, 2차 실험에서는 62%의 면역 효과를 내 실험 결과에 대한 신뢰에 의심을 샀다. 특히 이미 미국 등에서도 승인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화이자 백신은 면역 효과가 95%, 모더나 백신은 94.5%에 달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평균 70.4%로 떨어진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돌파구로 봐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의 돌파구라고 판단했다. 영국은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28일(4만1천385명) 사상 처음으로 4만명선을 넘은 데 이어 하루만인 29일(5만3천135명)에는 5만명선도 돌파했다.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통해 대규모 접종 확대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만이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으로 봤다. 영국 정부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 선주문 물량은 2천만명분, 모더나 선확보 물량은 350만명분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자국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억회분을 입도선매해 빠른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내년 3월 말까지 4천만회분이 이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기 위해 안전의 효과와 질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이용했고, 어떤 절차도 단축하거나 검증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효과, 화이자 모더나 보다 떨어지지만 문제는 없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는 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백신 1회분 절반을 우선 투약하고 한 달 후 1회분을 온전히 투약한 참가자들은 예방 효과가 90%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모두 1회분 전체 용량을 투약한 이들의 예방 효과는 62%였다.
영국 정부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1회분 전체 용량을 두 차례 투약하는 방식에 대해 사용을 승인했다. 예방효과는 62%지만 1회분과 2회분의 투약 간격을 확대하면 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체용 약품 전문가 워킹그룹 위원회 뮈니르 피르모하메드 위원장은 “첫 회분과 2회분 사이에 3개월 간격을 둘 때 면역 효과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1회분을 맞으면 22일 째 면역 효과가 나타나고 최소 3개월은 지속된다고 알려졌다. 더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투약 후 코로나19에 걸린 이들 중 심각한 상태로 증상이 악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효과는 떨어지지만, 아스트라제네카도 백신 자체로서 기능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경제적이고, 운송 편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의 무시 못 할 장점도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이 편리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10도'에서 운송해야 하고, 접종 장소에서 백신을 해동하면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최대 5일간만 보관할 수 있다. 저장 및 운송의 불편함 때문에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아직 80만명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일반 냉장고에서 최소 6개월간 운송, 보관, 관리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미 전날부터 유통이 시작돼 오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접종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1주일에 100만명 접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