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안 들리고… '비대면 진료' 버거운 노인들

입력 2020.12.30 17:01

비대면 진료 '명암'… 만족도 높고, 안전성 낮아

전화하는 노인 사진
노인들은 여러 이유로 비대면 진료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원격)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전화 상담만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약 조제는 가까운 약국에 팩스로 전달한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은 편리함에 만족하고 있지만, 문제도 많다.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담보할만한 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잦은 진료가 필요한 노인들은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고령일수록… '비대면 진료' 참여 어렵다
최근 비대면 진료에 연령 간 격차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은 지난 3~5월 사이 외래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 15만여 명을 조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중 약 8만1000명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연구진의 조사 결과 55세 이상 환자는 비대면 진료에 성공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25% 낮았으며, 75세 이상 환자는 33% 낮았다. 특히 화상 대화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할 가능성은 55세 이상 환자와 7세 이상 환자에서 각각 32%, 5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일수록 비대면 진료를 시도하기가 어려웠던 것은 젊은 세대보다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해도, 담당의와 연결하기까지의 복잡한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 고령 환자는 귀가 잘 안 들려 전화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은 "성공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기술적 능력이 필요하다"며 "화상 기반 비대면 진료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지닌 전자기기 사용 환경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의사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박형열 교수팀이 지난 2~3월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 1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에 관해 '불완전한 환자 상태 파악(55%)'과 '의사소통의 어려움(15%)'을 단점으로 꼽았다. 박형열 교수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전화 진료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다"며 "진료 연결, 처방전 발송 등을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간호사분들의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다만, 성공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은 편의성(79.9%), 상호 소통(87.1%), 신뢰도(87.1%), 재이용 의사(85.1%) 등 항목 모두에서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노인들도 쉽게 이용하도록… "제도적 뒷받침 필요"
문제는 고령 환자들의 비대면 진료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 불평등, 의료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한시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만을 허용한 상황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뉴노멀'로 자리 잡아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고령 환자도 손쉽게 비대면 진료를 받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안정성에 문제가 없도록 획일화된 지침도 필요한 상황이다.

박형열 교수는 "요양시설, 보건소, 주민센터 등 노인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보조가 이뤄진다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 환자들이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의 환자분들이 이용하기 쉬운 플랫폼 개발과 함께 비대면 진료로 인해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의료 수가 인센티브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