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최대한 살려 위암 환자도 먹는 기쁨 누려야 합니다"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0.12.21 07:00   수정 2022.12.08 17:4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위암 수술 명의'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 위암은 다행히 70%가 조기에 발견되며, 조기 위암 생존율은 95%에 달한다. 위암 수술 이후의 환자 삶을 생각해야 할 때다. 최근 위암 수술 의사들은 위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환자가 잘 먹고 불편함 없이 남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위 기능 보존 수술’이다. 위의 소화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수술을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위암센터 이혁준 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은 국내에서 위 기능 보존 수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의사다. 그를 만나 위암 수술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위암은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1위. 최근 위암 발생이 줄고 있다

위암은 꽤 오랫동안 남녀 모두에서 암 발생률 1위였다. 남자는 압도적인 1위였으며, 지금까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4위까지 내려갔다. 위암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유는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는 한국인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장 점막에 사는 세균으로 위암의 대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은 1990년대만 해도 70%였는데, 최근에는 50% 밑으로 크게 떨어졌다.

두번째는 조기 진단이다. 위암의 40~50%는 선종 같은 선행성 병변이 있다. 위내시경이 일반화 되면서 선종 단계 절제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위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미리 조치를 하면서 위암이 조금씩 줄고 있다.

- 위암 발생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됐다고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은 나라에서 위암 발생이 낮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에 대한 면역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견해, 동북아시아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헬리코박터는 서양에서 발견되는 헬리코박터 보다 독성이 강하다는 견해 등 각종 연구가 나오고 있다. 위암은 식사와도 관련이 있다.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위점막에 자극적인 음식이 위암을 유발한다. 짠 음식, 매운 음식, 탄 음식, 절인 음식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위 점막 좋은, 위암을 예방하는 식품은 신선한 채소, 과일이 있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술과 담배는 위암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술과 담배 역시 역학조사 결과 위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담배는 담배 연기가 식도와 상부 위 점막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식도암, 상부 위암의 원인이 된다. 술은 술 자체가 위염이나 위궤양을 유발하며 더불어서 위암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독주가 암과의 관련성이 크다. 심한 음주와 흡연은 피하는 것이 좋다.

- 가족력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나

가족성 위암은 10% 정도 된다. 완전한 유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정 유전자가 문제가 되는 유전성 위암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전과 함께 환경적인 영향을 같이 봐야 한다. 가족은 식사 습관도 비슷하고, 한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다보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같은 위험 요인에 동시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으면 위암 위험이 2~3배 높아지므로 적극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 위암 증상은 정말 없나

위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증상이 있다고 하면 위암과 함께 있는 위축성 위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위암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소화불량, 속쓰림이다. 암이 더 진행하면 복통, 출혈, 장폐색 등이 온다. 위 점막이 벗겨지면서 출혈이 생기고, 입으로 피를 토하고 흑색변을 보기도 한다. 장폐색까지 오면 트림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거나 구토를 하게 된다. 암 더 진행되면 체중감소, 황달, 천공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진행성 위암이라고 해서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4기 위암 환자도 절반은 증상이 없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 내시경 수술이 확대되는 등 치료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나

배를 열지 않고 내시경으로 위에 접근해 암을 도려내는 내시경 절제술이 확대되고 있다. 조기 위암 중에서도 분화도가 좋은 착한 암세포이면서, 암이 점막에 국한 됐을 때 적용해볼 수 있다. 림프절 전이도 없어야 한다. 현재 조기 위암 환자 3분의 1을 내시경 절제술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 위암이라도 분화도가 나쁘거나 점막하층으로 깊이 침윤한 암은 수술을 해야 한다. 림프절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 위 절제술도 가급적 작게 하는 것이 추세인가

위암 수술은 가급적 위를 살리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위의 기능을 남겨 환자가 수술 후 식생활과 영양 섭취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먼저 전통적인 위암 수술은 ‘원위부 위 절제술’과 ‘위 전절제술’이 있다. 원위부 위 절제술은 위암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다. 암이 위의 하부에 발생한 경우 시행하며, 위의 하부 3분의2를 절제하고 남은 위를 소장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위 전절제술은 위를 전부 절제하고 소장을 끌어올려 식도와 붙여주는 수술이다. 암이 위의 윗쪽에 있거나 여러군데 있거나 암이 심하면 시행한다.

- 위 기능 보존 수술은 무엇인가

위 기능 보존 수술은 조기 위암에 적용하며,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유문보존 위 절제술’과 ‘근위부 위 절제술’이다. 유문보존 위 절제술은 십이지장과 위 사이에 있는 유문을 살리고 위 가운데 50% 정도만 잘라낸 뒤, 남은 위와 유문을 연결한다. 유문을 살리기 때문에 음식물이 막바로 내려가서 수술 후 설사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십이지장에서 위로 음식물이 역류되는 것을 막아서 수술 후에 위 염증 등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근위부 위 절제술도 있다. 위 상부의 절반을 자르는 방법인데, 과거 위 상부에 암이 있으면 위를 전부 잘라냈다. 이렇게 되면 비타민B12 흡수가 안돼 비타민B12 보충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하고 체중 감소도 심해서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위 상부 절반만 자르는 시도를 꽤 오래 전부터 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위에서 식도로 위산이 많이 올라와서 식도염 문제가 컸다. 최근에는 소장을 끌어올려서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고, 소장과 남은 위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근위부 위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음식이 소장으로 바로 내려가기도 하고 일부는 위를 거쳐 내려간다. 

위암 수술 종류
그래픽=위암 수술 종류/서울대병원 제공

- 위기능 보존 수술의 장점

위 기능 보존 수술은 섬세한 수술이기 때문에 의사 경험이 중요하다. 유문보존 위 절제술, 근위부 위 절제술 두 수술을 모두 하는 병원이 있는 반면 안하는 병원도 있다. 위 기능 보존 수술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해당 병원의 실력을 대변할 정도. 예를 들면 우리 병원 위 전절제술을 12~13% 한다. 어떤 병원은 30%를 위 전절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애매하면 위를 전부 절제하는 것. 그러나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위 전절제술보다는 위 기능 보존 수술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60% 환자에게 원위부 위 절제술, 13~14%는 위 전절제술, 13~14%는 유문 보존 위절제술, 7~8%는 근위부 위 절제술을 한다.

- 위암 수술은 복강경으로 주로 하나

그렇다. 개복과 복강경을 비교하면 완치율은 똑같고 수술 후 합병증은 복강경이 확실히 적다. 두 번의 큰 다기관 연구에서도 확인을 했다. 복강경 수술이 합병증이 낮은 장점이 있어 조기 위암 뿐만 아니라 진행된 위암(3기까지)에도 적용을 한다.

- 복강경과 로봇의 차이는

치료 성적이나 합병증 발생률에 차이는 없다. 다만 로봇은 수술 기구가 360도 돌아가고 영상 확대가 잘 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로봇은 보험 적용이 안돼 수술 비용이 비싸다. 대신 우리 병원의 경우 수술 대기 시간이 짧아서 빨리 수술 하고 싶은 사람이 로봇을 선택하기도 한다.

- 3D 복강경의 장점은

복강경 등 수술 장비가 진화하고 있다. 3D 수술의 경우 수술 중 바느질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4K, 8K급 등 화질도 좋아지고 림프절을 추적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 같은 부가적인 기능을 갖춘 수술 장비들이 도입되고 있다. 수술 경험이 많고 잘 하는 의사는 이런 기능 없이도 잘 하겠지만, 수술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 위 기능 보존 수술이 환자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나

위암 환자의 70%는 조기 위암이며, 조기 위암의 생존율은 95%에 달한다. 환자의 남은 삶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환자가 수술 후에도 잘 먹어서 체중이 덜 빠져야 한다. 위암 환자 삶의 질에 대해서 체계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대한위암학회 산하에 ‘삶의질연구회’를 2016년에 만들었다. 기존에는 수술 후 생존율, 합병증만 봤는데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환자의 삶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생존율, 합병증은 성적이 좋아도 환자 만족도는 다른 문제다. 얼마전 환자 삶의 질 만족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표를 만들었다. 수술을 한 조기 위암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50명 외과, 종양내과의사, 통계전문가, 설문지 제작 전문가와 3~4년에 걸쳐 분석해 설문 40문항을 개발했다. 지금 최종 마무리 단계이다.

설문의 목적은 환자 증상 평가를 하는 것. 수술 후 환자들의 문제점을 신속하게 체크하고 교정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내시경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파악해 진료 시 적용할 수 있다. 더불어 어떤 수술이 좋은 수술인지 알아보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위암 수술은 표준화 됐지만 수술 의사마다 문합 기술이 다르고, 같은 부위라도 오른쪽, 왼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 환자 만족도 평가를 통해 수술 방법에 따른 결과 비교를 해볼 수 있게 됐다.

- 항암치료는 모든 병기에서 다 진행하나

1기는 수술로 끝나지만 2기, 3기 항암 치료를 한다. 수술 후 완전 절제가 된 상태에서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암세포 없애고,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항암 치료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이다. 현재 항암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는 두 가지(5FU, 시스플라틴)가 있다. 하나는 '주사+약', 또다른 하나는 ‘먹는 약’. 보통 병기가 낮거나 연세가 많은 분은 먹는 약으로만 항암 치료를 하고, 병기가 높고 젊은 사람은 '주사+약'으로 좀 세게 시행하는 편이다.

- 위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한번 주치의를 정하면 믿고 따라야 한다. 조기 위암은 거의 완치가 되므로 지나친 염려는 안 했으면 좋겠다. 반대로 4기 위암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으므로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40세 이상 건강한 사람은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을 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혁준 교수

서울대 의대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이자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이다. 위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수술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조기 위암이 늘고 위암 환자가 오래 살면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위의 소화기능 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현재 대한위암학회 삶의질연구회 회장이며, 3년 이상 연구 끝에 위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최근 만들었다. 위암 환자를 괴롭히는 덤핑증후군 등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복강경 등 최소 침습 수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에 비해 완치율은 같지만 합병증은 적다는 다기관 연구의 책임자로 연구했으며, 현재 대한위암학회 복강경위장관연구회 회장에 재임 중이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占쎌꼶利뷸�⑨옙 占쎈똻�� 占싼딅뮞�놂옙占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