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 태음인·소양인이 선호

손이 꽁꽁 어는 영하권 기온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카페 음료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외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그들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족이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이 트렌드의 중심에는 20대가 있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20대 소비자층의 ‘세븐 카페(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커피 브랜드)’ 아이스 음료 매출 신장률은 무려 281.5%였다. 다른 세대층보다 월등히 높았다. 왜 젊을수록 곧 죽어도 아이스를 외치는 것일까.
◇ 얼죽아, 그 끝엔 ‘젊은’ ‘태음인·소양인’ ‘남성’ 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황민우 교수는 “한의학에선 아이들을 순양지체(純陽之體)라고 한다”며 “어릴수록 몸에서 많은 열을 발산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몸에 열이 많다 보니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게 된다. 양방에선 기초대사량으로 설명된다. 기초대사량은 체온 유지, 호흡, 심장 박동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량으로, 가만히 있을 때 소모된다. 젊을수록 기초대사량이 높아 빠르게 몸을 식혀줄 시원한 음료를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열을 발산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갈증을 감지하는데도 둔감해져 벌컥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음료는 원하지 않게 된다.
사상체질로도 풀이할 수 있다. 사람의 체질은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으로 나뉘는데 각 체질에 따라 몸에 있는 열의 양이 다르다. 태음인과 소양인은 몸에 열이 많아 땀이 덜 나는 추운 계절엔 오히려 컨디션이 좋고, 더워지는 시점부터는 체력이 확 떨어진다. 평소 몸속 열을 풀어주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같은 체질 내에서도 개인 차가 있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 선호도를 소화력과도 연관 짓는다. 황민우 교수는 “진료할 때도 평소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 중 어떤 걸 선호하는지 묻는다”며 “같은 체질 내에서도 몸이 찬 편이라 소화력이 안 좋은 사람들은 물이 안 먹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남녀 차이도 있다. 성별에 따라 한열 분포 비율이 다른데, 남성은 열이 많은 사람의 빈도가, 여성은 몸이 찬 빈도가 높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젊고’, ‘태음인이거나 소양인’이면서 ‘남성’인 사람이 ‘얼죽아’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 빈혈 의심해봐야 할 수도
몸에 열이 많지 않은데도 아이스 음료가 계속 떠오른다면, 몸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철분 결핍성 빈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체내에 적혈구 생성에 필요한 철의 양이 적어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미국의 레이놀드 박사(Ralph D. Reynolds)는 2017년 철분 결핍성 빈혈 환자의 88%가 ‘얼음 중독 현상’이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다수는 철분을 보충하자 자연스럽게 얼음 중독이 사라졌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20~30대 여성에게 특히 흔하다. 피부가 창백해지고, 피로감이나 무기력함이 느껴지면서 아이스 음료가 계속 생각난다면 병원에 가 빈혈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 얼죽아, 의학적으로 건강에 좋은 건 하나도 없어
추운 겨울에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건강에는 괜찮을까? 좋지 않다.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열전도율은 물이 제일 높다. 몸을 데우고 싶을 땐, 히터를 트는 것보다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중심 체온을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기초 체온이 떨어져 있는데 차가운 음료까지 마시는 건 중심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트려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차가운 음료는 흡수율도 낮고, 장운동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으며 혈관을 수축해 혈압도 오를 수 있다”며 “의학적으로는 좋은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