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승리? 보톡스 균주 전쟁 ‘끝까지 간다’

美 무역위, 대웅제약에 수입 금지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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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ITC 판결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대웅제약 제공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은 메디톡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 이후에도 두 회사의 ‘균주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조짐이다. 양측이 판결 내용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판결에서 패소한 대웅제약 측이 집행중지 가처분과 항소 신청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섬에 따라, 추가 소송전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ITC, 대웅제약에 21개월간 수입 금지 명령
ITC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월 메디톡스가 ITC에 대웅제약을 공식 제소한 후 약 2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당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며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0년간 수입 금지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끝나지 않는 분쟁… 대웅, 추가대응 예고
ITC의 이 같은 판결에도 두 회사의 균주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대웅제약 측이 즉각적인 대응을 예고한 만큼, 법적 분쟁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이날 판결 직후 “21개월 금지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며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뒤집기 위해 추가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한 확실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ITC 위원회가 최종 판결을 내린 후 60일 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 판결과 조치는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과거에도 유사 사례(애플-삼성전자 간 특허 침해 소송)가 있었던 만큼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웅제약 측 입장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혐의가 분명하게 밝혀진 만큼, 향후 미국 대통령 승인 절차는 물론 항소에서도 판결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측이 언급한 애플과 삼성의 ‘유사 사례’ 역시 과거 33건 중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의 유죄가 확정됐다”며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를 통해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을 본다”고 말했다.

현재 양측은 국내에서도 민형사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회사의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측은 “ITC에서 유죄가 확정된 만큼,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또한 “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맞섰다.

◇메디톡스 이겼지만… 대웅제약도 “사실상 승소”
양측은 이번 ITC 판결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명 메디톡스가 승소했지만, 대웅제약 또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다”며 수입금지 기간을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 권고한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단축했기 때문이다. ITC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기술 관련 잘못된 판단만을 일부 수용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측은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1940년대부터 논문에 공개된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자사 공정의 많은 부분이 메디톡스 공정과 다른 만큼,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침해를 증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측은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 측 주장은 명백한 허위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장기전 불가피…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을 것”
업계는 두 회사 간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양측 모두 소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은 만큼, 쉽게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 5년 간 분쟁 동안 수백억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투입했다.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이었던 브랜드 가치에도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국내외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소송 결과로 승·패소가 결정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오랜 기간 분쟁을 벌이며 피해를 입은 것도 중요하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피해 또한 크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향후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두 회사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