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세균은 충치·잇몸병 등 입속 건강을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온몸 곳곳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치아 관련 질환이 의심되면 전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치료받는 게 좋다. 치아와 잇몸이 건강하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질환을 알아본다.
당뇨병
잇몸 염증,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세균이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면 혈관 기능이 저하돼 포도당 대사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균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췌장으로 가서 인슐린 분비 세포를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 잇몸, 치아 통증으로 인해 음식물을 충분히 씹지 못하면,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혈당 조절도 어려워진다. 이대서울병원 연구팀이 한국인 약 18만 명의 의료기록과 양치질 횟수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양치를 하루 한 번 하는 사람은 양치를 하루 2~3번 하는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7~14% 높았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잇몸 염증과 충치가 많아지면 입속 세균이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고혈압 등 혈관질환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입속 세균은 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입속 세균은 말초혈관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가 혈류를 따라 온몸을 돌아다닌다. 심장이나 뇌에 들어가면 혈관벽이 손상돼 염증이 생긴다. 혈전(핏덩이)까지 만들어져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유발한다. 영국 런던 UCL 이스트만 치의학 연구소가 치주염(잇몸 질환) 여부와 고혈압 위험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중증도 치주염(잇몸 질환)이 있는 사람은 치주염이 없는 사람보다 고혈압 위험이 22% 높았으며, 심각한 치주염을 앓는 사람은 고혈압 위험이 49% 높았다.
발기부전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세균이 취약해진 잇몸으로 침투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다가 음경 혈관의 내피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음경 혈관 내피가 망가지면 혈류가 제대로 모이지 못해 발기가 어려워진다. 잇몸질환이 발기부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다. 대만의과대학 연구팀이 발기부전 환자 3만3000명과 정상인 16만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발기부전 환자는 과거 만성 잇몸염증 병력을 갖고 있을 확률이 3.35배 높았다.
류마티스 관절염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에 의해 류마티스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중 하나인 강직성척추염(척추관절이 서서히 굳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병) 환자 84명 중 절반이 만성치주염을 앓고 있었다. 또한 만성치주염이 있는 환자는 척추와 흉곽 운동 범위가 특히 떨어져 있었다. 연구팀은 입속 만성 염증으로 인한 세균 독소가 몸속으로 들어가 류마티스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매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뇌로 침투하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환자 10명의 뇌 조직을 검사했을 때, 4명에서 치주질환원균인 진지발리스균(P. gingivalis)에서 유래한 `LPS`라는 물질이 확인된 연구 결과가 있다. 잇몸병이 생겨 치아가 빠지는 것도 치매 위험을 높인다. 치아 수가 줄어들면 씹기 힘들어지고, 이는 뇌로 가는 혈류량 감소, 뇌의 대사 활동과 신경 활동 감소, 전신적 영양불량을 유발해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 도호쿠대학 연구팀이 70세 이상 노인 1167명을 대상으로 치매 정도 측정(MMSE) 실험을 진행한 결과, 뇌 기능이 정상인 그룹의 치아 개수는 14.9개인 반면, 치매 예비군 그룹은 13.2개, 치매 의심 그룹의 치아 개수는 9.4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