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성심병원 한림세이버

한림대성심병원은 뇌졸중의 조속한 치료를 위해 사전 연락 체계 시스템인 '한림세이버(브레인세이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림세이버는 뇌졸중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 검사부터 처치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도입 후 응급치료 시간은 절반으로 줄였다. 이 밖에도 중환자 의료지원 최적화를 위한 'AI 커맨드센터'를 도입하는 등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디지털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뇌졸중 사망률 낮아졌지만, '장애율' 높아져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뇌졸중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과거에는 뇌졸중이 사망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응급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이나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사망률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남은 문제는 '후유장해'다. 사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환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분마다 190만개의 신경이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후는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
처치가 늦어져 신경 손상이 심각한 경우, 평생 병원에 누워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이때 환자나 가족이 겪어야 하는 부담은 엄청나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오미선 교수는 "뇌졸중 치료 후 나쁜 예후를 보이는 환자는 예후가 좋은 환자보다 치료 비용이 약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장애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하는 게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이미 2008년부터 '병원 내 급성기 뇌졸중 치료활성화 시스템'을 통해 병원에 도착한 환자의 응급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환자 도착과 동시에 급성뇌졸중치료팀 전원에게 SMS가 발송돼 처치를 미리 준비한다. 이 시스템의 적용으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데까지 소요되던 응급치료 시간(평균 83분)을 절반(평균 45분)으로 대폭 줄였다. 미국뇌졸중학회가 권고하는 기준(평균 60분)보다도 15분이나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여기에 더해 '한림세이버(브레인세이버)'를 도입했다. 구급대원이 환자를 발견한 즉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병원에 알리면, 의료진 전원이 곧바로 처치를 준비하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도착한 후에 서두르는 것이 아닌, 도착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 브레인세이버를 통해 병원에 도착한 뇌졸중 환자는 접수·초진·진단 과정 없이 바로 'CT실'로 이동해 처치를 위한 기본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바로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과·신경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뇌졸중전문치료팀'이 365일, 24시간 항시 대기한다.
현재 브레인세이버는 구급대원이 직접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인데, 추후 '웨어러블 기기'를 환자에게 부착만 해도 자동으로 정보가 전송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구급대원의 번거로움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송 중에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 개발 업체인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평촌에 위치한 한림대성심병원은 안양·군포·의왕·과천 등 경기 서남권의 응급환자를 책임지고 있지만, 아직 브레인세이버는 전국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탓에 아쉬움이 컸다. 한림대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은 브레인세이버를 전국 각지의 병원에 도입하기 위한 연구를 질병관리청 국책 과제로 맡아 진행 중이다. 유경호 병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국의 뇌졸중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뇌졸중 치료를 위해서는 신경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영상의학과 등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른 중증질환도 마찬가지다. 여러 분야의 전문의와 장비,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원활하게 움직이면 한 명의 명의보다 더 큰 힘을 낸다. 유경호 병원장은 "시스템이 명의 역할을 한다"며 "아무리 뇌졸중을 잘 아는 의사가 있다고 해도, 환자가 병원에 일찍 도착해 치료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시스템이 명의'라는 유경호 병원장의 기치 아래 다양한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환자 의료지원 최적화를 위한 '커맨드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실시간 AI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중환자가 빠르게 입원하고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상황실에서 병원 운영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밖에 심정지 환자에게 기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그동안 치료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돕는 '에크모센터'도 운영 중이며, 향후 급성기 심장질환자를 위한 '하트세이버', 외상환자를 위한 '트라우마' 애플리케이션도 도입할 예정이다.
유경호 병원장은 "병원 내 의료자원뿐 아니라, 지역 내 의료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배분 관리도 중요하다"며 "대학병원, 개인병원, 공공의료기관 등 의료자원을 통합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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