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받으면 살찐다? 여성은 '예스', 남성은 '노'

입력 2020.11.27 16:51

경희대병원 연구… 남성은 '나이'가 영향

비만 여성 사진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증가해 왔지만, 여성은 그대로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흔히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이 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을 증진해 체내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찌는 것을 전문가들은 '감정적 섭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살이 쉽게 찔 수 있지만, 남성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여성은 '스트레스', 남성은 '나이'가 살찌게 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교실 연구팀은 19~64세 성인 3163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체중 증가와 심리적 요인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체중 증가는 심리적 요인 중 '스트레스 인식'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었다(P=0.024). 반면 남성의 경우, 스트레스와 체중 증가 간에 유의한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남성은 '나이'가 체중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울증은 남녀 모두 연관성이 없었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 대상자 중에서 우울증 환자는 매우 소수였음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단면적 연구이기 때문에 체중 증가와 심리적 요인 사이의 인과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심리적 요인 때문에 체중이 증가한 것인지, 체중이 증가해서 심리적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순서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와 달리 스트레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원광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아름 교수팀이 성인 58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스트레스가 적은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1.2배 높았다.

◇"한국 여성, 남성보다 '비만' 압박감 심해"
스트레스가 여성만 살찌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살찐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교실 조영규 교수는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실린 사설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증가해 왔지만, 여성은 그대로였다"며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강력한 사회문화적 압력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남성 비만 유병률은 1998년 25.1%에서 2018년 42.8%로 증가했지만, 한국 여성 비만 유병률은 1998년 26.2%에서 2018년 25.5%로 오히려 감소했다. 여성 중에는 스스로 식사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섭식장애 환자도 상당히 많다.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 3배 많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근 비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자 하는 인식이 늘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먹방 모니터링 등 정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비만에 과도한 낙인을 찍는 보건 정책은 '체중 기반 차별'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조영규 교수는 "체중 감량을 과도하게 장려하는 캠페인은 비만한 사람에게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며 "체중 기반 차별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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