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원인 1위 폐암,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 선택 기회 줘야

입력 2020.11.17 09:26

서울시보라매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진수 교수
서울시보라매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진수 교수

11월 17일은 세계 폐암의 날
매년 11월 17일은 ‘세계 폐암의 날’이다.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 조기 진단과 치료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폐암은 2000년부터 줄곧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해왔다.  폐암이 부동의 사망원인 1위인 것은 폐암 환자 수가 많고 완치가 어려운 진행 병기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환자의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질병이 꽤 진행된 후에도 기침, 가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단 당시부터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생존률 향상과 삶의 질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최근 10년간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치료효과나 삶의 질을 현저히 개선한 신약이 속속 등장해 의료진이나 환자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 전이, 치료 경과와 삶의 질에 영향
뇌로 전이된 폐암 환자들이 그렇다. ‘뇌 전이’는 폐암에서 흔히 동반되는데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뇌를 둘러싸고 있는 혈액-뇌장벽으로 인해 약물이 뇌까지 잘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 전이 폐암 환자들은 두통, 구토 이외에도 침범된 뇌 전이 부위에 따라서 말이 어눌해 지거나, 팔 다리 마비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해 질 수 있다.  힘든 항암 치료를 견뎌내야 할 뿐 아니라 신경 증상으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기다 보니 우울감 등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일도 흔하다.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활 치료도 뇌 전이가 있으면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뇌 전이를 동반한 폐암에서는 일반적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선택적으로 뇌수술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수술 범위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할 수 있어 제한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다른 치료로서 전뇌 방사선 치료나, 감마나이프 등의 정위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등을 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오시머티닙은 1차 치료제로서 뇌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치료효과가 우수함이 최근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기존의 표적 항암제 치료에 실패하고 난 뒤에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을 경우에 2차 치료제로만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한시가 급한 환자들은 본인 부담으로라도 이 약제를 1차 치료제로 선택하지만 곧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토로한다. 치료비 부담을 감안하면 의료진 입장에서도 모든 환자에게 이 치료를 권하기 어렵다.

국제 진료지침에서 ‘선호요법’ 권장하는 약제
일례로 최근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도 한 폐암 환자의 보호자가 나와 1년 만에 집과 차를 모두 팔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했다. 증인으로 요청한 국회의원 역시 국제 표준 진료 지침에서 추천하는 약제임에도 급여가 안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적극 살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의 치료제가 있음에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호소한다.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된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의료 외적인 문제로 의료진이 쉽게 권하지 못하고, 환자도 시도해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한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보험급여 적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서 치료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시의적절한 정책 이 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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