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소독기' 아무 효능 없는데… 서울시, 설치에 6억 썼다

입력 2020.11.04 14:21

인체에 직접 분사 시 부작용 위험도

전신소독기 사진
전문가들은 전신소독기가 아무 효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용산구가 설치한 전신소독기./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겠다며 출입문에 '전신소독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를 비롯해 김제시, 익산시 등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전신소독기를 설치했다. 소독제를 사람에게 직접 분사해 혹여나 남아 있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노인복지관에 전신소독기 등을 설치하기 위해 무려 6억2100만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국내·외 보건 전문가들은 전신소독기가 아무런 효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신소독기(소독 터널), 효능 검증된 사실 없다"
지난 8월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WHO(세계보건기구),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모두 전신소독기의 효능에 관해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WHO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독 터널, 캐비넷 등의 장비를 이용해 소독제를 사람에게 분무·분사하는 방식은 환자의 비말전파 또는 접촉전파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과 백순영 교수 또한 "실제로 감염은 손이나 호흡기에서 나온 비말에 의해 성립된다"며 "(전신소독기로 분사할지라도) 100% 항균은 불가능하고, 하다못해 가장 중요한 손바닥 밑도 제대로 소독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설치된 방역게이트 또한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전신소독기, 최대 부작용은 '시민들의 안심'
그러나 전신소독기는 부작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인체용 소독제는 의약품 및 의약외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까지 환경부의 승인을 받은 방역용 소독제 중 장비를 활용해 인체에 직접 분사 가능한 제품은 없다. WHO는 "소독제를 사람에게 직접 분사하면 눈가 피부에 자극을 주고, 호흡기 증상,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능이 있다고 착각한 시민들이 개인위생 등 다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입구에서 손 소독제를 사용하듯, 전신소독기를 통과했으니 괜찮을 것이라 오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기'다. 백순영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 씻기인데, 전신이 소독됐다는 생각으로 손 씻기를 소홀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가 앞서서 전신소독기를 도입한다면 다른 지자체나 민간에서도 전신소독기가 당연히 효능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은 전신소독기를 무분별하게 설치·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순영 교수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확실히 검증된 방역용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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