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셔야 꿀잠 잔다? "다 틀렸습니다"

입력 2020.11.02 15:31

혼자 술먹는 남성
술을 마시면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지만, 수면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박모(56)씨는 매일 저녁 술을 마신다. 평소 스트레스가 심해 잠을 잘 못 자는 편인데, 저녁에 술을 마시면 졸음이 오면서 잠에 빨리 들는 게 좋아서다.

박씨와 같은 마음으로 매일 저녁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올까? 술이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건 사실이다.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오면 뇌 중에서도 서파 수면(깊은 잠)을 유도하는 부위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가바(GABA)'라는 뇌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가바는 몸을 이완시키고 진정시킨다. 신체 활동이 전반적으로 억제되면서 잠이 잘 오는 것이다. 일종의 수면제 기능과 비슷하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꿀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오해다. 오히려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술을 마시고 6시간쯤 뒤에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각성을 일으켜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상태를 만든다. 또 가바 때문에 이완된 기도 근육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깊은 잠을 못 잘 뿐 아니라 수면장애까지 겪게 되는 것이다. 실제 술은 장기적으로 먹으면 불면증의 첫 번째 원인이 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는 지난해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과장을 보태 이야기하면 술을 마셔서 매일 잠에 빨리 드느니, 술 안 먹고 못 자는 게 훨씬 낫다"며 "술을 마시고 자면 자꾸 깨고, 소변 누러 가는 등의 행동이 반복돼 자고 일어나면 오히려 피곤하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