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트렌드 '로봇 수술'
뼈 모양·휜 각도 등 환자 데이터 로봇 전송
설계대로 정확히 뼈 절삭, 인공관절 삽입, 일반 수술보다 감염 위험 적고 회복 빨라...
이춘택병원 '로보닥' 도입, 수술 표준 세워
각도·정렬 중요한 인공관절 수술, 로봇 활용 최적
로봇의 활용가치가 가장 큰 분야가 바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 관절과 관절 사이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져 뼈와 뼈가 닿으면서 통증과 변형이 생겼을 때 손상된 부분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는 환자의 다리 중심축에 맞게 정확하게 삽입돼야 한다. '삽입 각도'와 '하지 정렬'이 환자 무릎 상태에 맞춰 제대로 돼야 수술 후 관절이 제 기능을 발휘 할 수 있으며 인공관절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은 평생 한 번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망할 때까지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수술의 정확성이 중요하다"며 "사람 손으로 하는 수술은 늘 일관된 결과를 가져오기 힘든데, 로봇을 활용하면 정확한 수술을 일관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전 환자의 데이터, 즉 뼈 모양과 변형 상태, 휜 각도 등을 컴퓨터에 입력해 가상으로 수술 설계를 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찾는 맞춤형 수술이 가능하다. 로봇을 이용해 뼈를 깎기 때문에 오차를 줄이면서 보다 정확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로봇 팔에 부착한 가는 카터는 뼈를 빠르고 정확하게 절삭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적고 절개 부위가 작아 회복도 빠르다.
18년간 로봇 인공관절 '한 길'
경기 수원의 이춘택병원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고 발전시킨 병원이다. 2002년 고(故) 이춘택 병원장이 독일에서 수술용 로봇 '로보닥'을 도입해 18년 간 1만4000여 건의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건수에 있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로보닥은 한국인의 무릎 관절에 맞게 업그레이드 됐으며, 수술 절개 범위는 작아지고 정확도는 높아졌다. 지금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어떤 장비든 유지, 보수,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춘택병원 3층 수술장 옆에는 로봇관절연구소가 있어 직접 로보닥을 사용해 수술하는 의사와 석박사급 연구자 5명이 끊임 없이 소통한다. 개선점은 로보닥에 바로 반영이 된다. 이런 노력 끝에 로봇관절연구소에서는 수술용 로봇을 소형화하고 로봇 팔의 관절 수를 늘리는 등 업그레이드 버전을 새롭게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절골술 등 정형외과 수술 전반에 로봇 이용
로보닥을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는, 먼저 수술 전 촬영한 CT 이미지를 관절 해부학적 구조, 병변 진행 등의 구성 요소에 맞춰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관절 삽입 위치나 환자의 뼈에 맞는 인공관절을 골라 가상으로 삽입해 봄으로써 실제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는 데 있어 최적의 설계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수술 계획 데이터는 로보닥으로 전송되며, 로봇의 정밀한 움직임을 통해 뼈를 오차 없이 절삭하게 된다. 또 미리 계획된 데이터에 따라 임플란트를 정확한 각도에 삽입한다.
로보닥은 처음에는 인공관절 전치환술에만 적용했지만 이후 부분치환술과 근위경골 절골술에도 적용하고 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십자인대 봉합술 등 정형외과 수술 전반에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의사가 기본기 갖춰야 ‘로봇’ 장점 극대화”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 인터뷰]
“국내 정형외과 로봇 수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의 말이다. 그는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정형외과 수술용 로봇을 도입하고 인공관절 수술에 활용해 오면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로봇 수술을 할 때 단순 실수, 아쉬운 점, 개선 방안을 엮으면 책 한 권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택병원의 이러한 노하우는 국내외 학회를 통해 꾸준히 발표되고 있으며, 정형외과 로봇 수술의 확산과 성공에 ‘지름길’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윤 병원장은 지금까지 정형외과 로봇 수술을 해오면서 얻은 ‘3대 원칙’이 있다. 첫째, 로봇이 환자에게 해를 주면 안 된다는 점. 둘째, 의사 스스로 수술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 셋째, 로봇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윤성환 병원장은 “운전을 할 때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자기가 어느 정도 아는 길을 갈 때 네비게이션은 큰 도움이 되지만, 완전히 낯선 길에서는 네비게이션 때문에 헷갈려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수술에 자신이 있어야 로봇의 유용한 장점을 잘 이용해 최상의 수술 결과를 낼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수기적인 수술로 전환할 수 있다. 윤성환 병원장은 “기본(수기 수술)이 바탕이 돼야 로봇의 장점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