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우울증 환자, 10년새 4배↑… 젊은층과 증상 달라​​

입력 2020.10.05 14:51

창문 옆에서 우울해 하는 노인
노인의 정신질환이 지난 10년 새 크게 늘어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정신질환을 앓는 노인이 지난 10년 새(2010~2019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0세 이상 우울증 환자는 4배로 크게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노인 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진료 현황'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이 발표했다.

90세 이상… 우울증 4배,수면장애 2배 늘어
강선우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공황장애를 앓는 60세 이상 환자 수는 7495명에서 3만9284명으로 5배, 비기질성 수면장애 환자 수는 9만563명에서 17만9891명으로 약 2배, 식사장애 환자 수는 1115명에서 3714명으로 3배 늘었다. 우울 관련 질환을 앓는 노인은 19만5648명에서 30만9749명으로 약 1.6배 늘어났다. 최근 5년간 통계청 자료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 비율보다 빠른 속도다. 

이로 인해 요양급여비용도 오름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공황장애·수면장애·식사장애·우울증 환자로 인해 발생한 요양급여비용은 총 858억7800만원에서 1648억5600만원으로 평균 2배 이상 증가했다. 식사장애는 7배, 공황장는 5배, 수면장애는 3배, 우울증은 1.7배 늘었다.

90세 이상 초고령층의 정신질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울증이 1188명에서 4657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수면장애도 1301명에서 349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다른 정신질환도 환자 수도 아주 많지는 않지만 공황장애 환자는 22명에서 319명으로 14배, 식사장애 환자는 29명엥서 388명으로 13배로 높아졌다. 강선우 의원은 "초고령층 정신질환이 폭증하고 있다"며 "생애주기별 관점에서 노인 세대의 특성을 세분화한 섬세한 복지정책으로 이들에게 ‘더 나은 노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 5명 중 4명은 다른 질환 오인
노인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다르다. 우울·슬픔 같은 감정보다 기억력 저하·무기력·식욕부진·불면증·통증 등이 많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다른 병으로 오인해 내과 등에서 엉뚱한 검사·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 대학병원의 한 정신과 의사는 "노인 우울증 환자 5명 중 4명은 다른 병으로 오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거나 방치된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보통 도파민, 세로토닌 등 뇌 신경전달물질 작용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은 상당수가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생긴다. 이를 '혈관성 우울증'이라 한다. 노인 우울증 환자 중 30~90%가 혈관성 우울증에 해당한다고 알려졌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노화 등으로 인해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생성·분비하는 뇌의 부위나, 감정에 관여하는 전두엽·시상하부 주변의 혈관이 막히면 우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 세 가지를 꼽자면 ▲기억력 저하 ▲​식욕부진 ▲​통증이다. 해당 증상이 나타나면 우울증이 아닌지 검사받아보는 게 안전하다. 뇌의 모세혈관이 좁아지면 우울증뿐 아니라 기억과 관련된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기억력 저하를 유발한다. 이런 탓에 노인 우울증을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 10명 중 4명은 우울증을 진단받는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치매와 우울증을 구별하려면 과거의 일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우울증일 때는 과거의 일에 대해 힌트를 주면 쉽게 떠올린다. 치매는 사건을 아예 잊는다. 식욕부진은 뇌혈관 문제로 인한 전두엽 기능 저하 탓이 크다. 전두엽이 식욕과 의욕도 관장하기 때문이다. 식욕만 없는 게 아니라 매사 무기력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노인은 관절염·허리디스크 등 이미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울증이 생기면 온몸 감각이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기 쉽다. 노인 우울증 환자가 관절염을 앓으면 일반 관절염 환자보다 통증을 5.9배 더 강하게 느낀다는 미국 골관절외과학회지 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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