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고전 주역(周易)은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뭐라 말할까. 21세기 사람들도 놀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기원을 전후해 엮인 점서(占書)가 무얼 말할 수 있겠어……, 라고 예단하면 오산이다. 주역은 음양으로 이뤄진 64개의 기호와 짧은 문장들만으로 삼라만상을 품는다. 모든 세상사에 대해 알려주진 않지만, 거의 모든 세상사에 대해 스케치하고 품평한다. 전염 또는 감염의 이슈도 64괘의 그물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초유의 21세기형 감염병의 유행에 던지는 주역의 메시지는 파격적이고 매섭다.
산기슭으로 불어 닥치는 '벌레 바람'
위로 산(山), 아래로 바람(風)……. 주역 64괘 중 하나인 산풍(山風) 고(蠱) 괘의 형상이다. 괘의 이름인 ‘고’는 기생충, 벌레, 독을 뜻한다. 파자(破字)해보자. 그릇(皿, 명) 위로 벌레(虫)들이 득시글댄다.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산-바람의 괘 구조를 이미지로 그려보면 감염의 모양새가 나타난다. 산기슭을 향해, 벌레들을 품은 바람이 몰려가고 있지 않은가. 바람을 막아선 산은 거대하고, 벌레들은 오랫동안 산기슭을 헤어나지 못한다. 감염병의 대유행이다.
이 사태를 어찌 하면 좋을까. 해답은 늘 가까운 데 있다. 산풍 고 괘를 다시 들여다본다. 바이러스 품은 바람을 우뚝 선 산이 병풍처럼 막고 있다. 오염된 공기를 가로막은 산, 그 산을 헐어내야 한다. 공기가 통하면 독기 품은 벌레 바람은 자연스레 흩어진다. 산을 평평한 땅으로 만들어 바람이 새어나갈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산-풍’의 괘가 ‘지(地)-풍(風)’이 되면 괘 이름은 고(蠱)에서 승(升)으로 바뀐다. ‘승’은 오르고, 나아가고, 융성한다는 뜻이다. 벌레 바람이 흩어지고 새로운 운(運)이 트인다.
주역 64괘의 감염병 처방은 환기?
그러니 감염병에 대해 주역이 제시하는 원초적 대응은 환기라고나 할까. 막힌 것을 뚫어야 한다. 창문을 열고, 밀집한 사람들을 흩뜨려 묵은 바람, 썩은 공기가 나갈 활로를 터줘야 한다. 그러는 동안 괘의 이미지는 ‘산-풍’에서 ‘지-풍’으로, 다시 ‘풍(風)-풍(風)’으로 바뀌며 새로운 시대를 예감한다. 바람이 위아래로 겹치면 중풍 손(巽)의 괘. 거친 시절 지나가고, 우리 시대는 다시 부드럽게 바람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평정과 온화를 되찾는다.
옛사람들에게 주역은 마음공부의 교재였다. 주역을 거울삼아 반성하고, 주역을 통해 힐링했다. 산풍 고 괘는 감염병으로 상징되는 재앙에 대처할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준다. 2000년 전의 텍스트답게 메시지는 고답적이고 난해하다. 감안한 상태로 들여다보자.
利涉大川, 先甲三一 後甲三一
이섭대천, 선갑삼일 후갑삼일
큰 강을 건너라… 살피고, 삼가라!
암호가 따로 없다. 주역의 텍스트 중에서도 난삽한 구절이다. 이섭대천은 그나마 이해가 간다. 큰 강을 건너는 게 이롭다……. 일상적인 변화로는 타개할 수 없는 상황이니 작정하고 강을 건너야 한다. 재앙 앞에서 우리는 일상을 초월하겠단 자세로 결연해야 한다, 단호해야 한다. 일상적인 관계를 단번에 딱 끊고, 확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재앙을 극복한다. 평소처럼 식당 가고, 공연장 가고, 극장 가고, 클럽 가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갑일(甲日)이 어떤 프로젝트의 시점(始點)을 뜻한다고 보면, 시작을 전후한 3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시작 전 3일, 시작 후 3일을 얘기하지 않았나. 대응 초기의 결연과 단호가 그렇게 중요하다. 우리의 초기 대응은 그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