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에만 썼던 '목표체온 유지치료'… 뇌 손상 환자에게도 효과

첨단 의료 트렌드_ 뇌세포 보호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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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쓰여 화제가 됐던 '목표체온 유지치료(저체온 치료)'가 심정지뿐 아니라 뇌 손상 환자에게까지 폭넓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 중증 코로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사용돼 이목을 끌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는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뇌 신경 손상을 막는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라며 "적용 범위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뇌세포 손상 막아 '후유증' 줄여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의 심부체온(몸 깊은 곳에 있는 장기의 온도)을 32~36도 사이 '목표체온'까지 서서히 내려 주로 '뇌세포' 손상을 막는 치료법이다. 체온을 1도 떨어뜨릴 때마다 뇌 대사가 6~10% 감소한다. 따라서 뇌 온도가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액(산소·포도당) 공급이 줄어도 큰 손상을 입지 않고 버틸 수 있다.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기존에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신생아를 포함, 성인 심정지 환자에게만 적용됐다. 심정지 환자는 뇌가 비교적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잠시 온도를 낮춰 뇌의 대사를 느리게 하고 그 사이 심장을 회복시키면 뇌가 큰 손상을 입지 않고 원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정지 후 가장 빨리 손상받는 장기가 뇌다. 실제 심정지 후 목숨을 건져도 뇌 손상으로 말을 못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앓는 환자가 많다. 김치경 교수는 "심정지 환자는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효과가 가장 큰 환자군"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심정지가 아닌 뇌 손상 환자에게도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증명되고 있다. 뇌 부종을 억제하고, 신경학적인 이차 손상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고상배 교수 논문에 따르면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혈액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뇌 손상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쳐 신경보호 효과를 가져온다고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뇌 온도가 떨어지면 뇌의 혈액량이 줄면서 뇌압이 평균 10㎜Hg 떨어지는데, 이로 인해 뇌가 부으면서 발열 증상이 동반되는 것을 방지한다. 발열은 신경학적인 이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신경과 홍지만 교수팀 연구에서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 34.5도의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시도했더니, 이를 시행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대뇌 출혈 정도, 뇌부종 발생이 유의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경 교수는 "다만, 이미 뇌 손상이 너무 심하고 몸 상태가 약한 환자는 목표체온 유지치료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의료진이 잘 선별해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A(58)씨가 고열로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지만, 목표체온 유지치료로 증상이 나아졌다는 논문이 발표돼 화제가 됐다. 체온을 낮춰 몸의 발열과 전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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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체온 유지치료로 체온을 유지하거나 떨어뜨리면 뇌세포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원래 심정지 환자에게 주로 쓰였지만, 최근 뇌 손상 환자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보험 적용으로 환자 부담 감소

목표체온 유지치료 방식은 크게 침습적 방식과 비침습적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침습적 방식은 환자 심장 부근 대정맥 등에 관을 꽂아 4도의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혈액을 직접적으로 차갑게 하는 것이다. 체온을 빨리 내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혈관벽에 손상을 일으켜 혈전(피떡)을 만들거나 감염 위험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비침습적 방식을 시행한다. 비침습적 방식은 차가운 '쿨링 패드'를 가슴과 허벅지(전체 인체 표면의 약 40% 덮음)에 붙여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목표체온 유지치료 장비 '아틱선(Arctic Sun)'은 하이드로젤 패드를 환자 몸에 부착하는 대표적인 비침습적 장비다. 치료 방식을 '오토매틱'으로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부체온을 확인 가능하고, 간편한 조작만으로 위급한 환자에게 신속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비침습적 장비도 피부에 큰 상처가 있는 등 피부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시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

김치경 교수는 "과거 대비 중환자 치료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향상되고 치료의 질이 좋아지면서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적극적 사용을 고려할 시점이 왔다"며 "뇌 신경을 보호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중환자 치료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목표체온 유지치료가 시도되는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5~2018년 3년 새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받은 국내 환자 수는 2681명에서 4220명으로 약 1.6배, 총 사용량은 8468건에서 1만5171건으로 1.8배로 크게 늘었다.

한편,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금이 평균 150만~200만원에서 30만~40만원 선으로 크게 줄었다. 뇌혈관질환이나 중증 외상 환자는 중증질환 산정 특례를 인정받아 본인 부담률이 더 낮다. 의료진들은 과거 고가의 비용 탓에 목표체온 유지치료 시도를 위한 보호자 설득이 어려웠지만, 보험 적용 후 비교적 활발한 사용이 이뤄지면서 중환자 치료의 질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