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의 또다른 효과… 난소암을 예방한다?

입력 2020.09.15 07:00

"가족력 있는 고위험군에 경구약 도움"

피임약 사진
난소암 고위험군 여성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률을 다소 낮출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난소암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서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고,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난소암 진단 환자의 70%는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잦은 검사로 조기 진단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고위험군인 경우 경구피임약 복용이 예방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말기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 11%에 불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소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1만2669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증가했다. 여성암 사망자의 약 47%는 난소암으로, 전체 사망률 1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여성암이다. 또한 2017년 중앙암등록본부 암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62.1%이다. 대부분의 난소암 환자들이 발견 당시 3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난소암 3기의 5년 생존율은 23%, 4기는 11%에 불과하다.

난소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초기 증상`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3기까지 진행돼도 소화불량, 복부팽만 등 비특이적인 증상만을 보인다. 아직 조기 진단이 가능한 확실한 선별 진단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부인암클리닉 이은주 교수(산부인과 전문의)는 "난소암 선별검사는 질식초음파, 골반내진,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이 있다"며 "이들 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져 난소암을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란 중단하면 난소암 예방 효과, 난소절제술도 방법
조기발견이 어려운 만큼, 난소암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미리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난소암 고위험군은 ▲난소암 가족력이 있거나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거나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는 여성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난소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경구피임약` 복용이다.

난자를 생성하고 배란을 하는 과정에서 난소는 표면층을 터트리며 난자를 방출한다. 이때 손상된 부분을 복구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이 생기고, 세포의 생성·소멸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겨 암세포가 발생한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해 배란이 되지 않도록 하면,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다. 즉, 난소를 쉬게 해줌으로써 발병 소지를 다소 낮추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모유 수유와 임신도 배란을 중단시켜 난소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의 경우 `난소난관절제술`로 예방할 수도 있다. 암 치료가 아닌 예방을 위해 수술을 한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지만, 난소난관절제술은 유전성 난소암 발병 위험을 최대 96%까지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주 교수는 "난소암 고위험군 중에서, 아기를 낳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의 경우 35세 이후 또는 적어도 40세 이전에 난소난관절제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말기 난소암도 완치율 높은 시대 열리나
조기진단이 어렵다고 해도 고위험군 여성의 정기검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난소암 치료는 기본적으로 난소 절제가 필요하므로 원칙적으로는 가임력 보존이 어렵다. 그러나 생식세포종양, 경계성 난소암, 1기 초 상피성 난소암 상태에서 발견만 된다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가임력을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졌는 여성은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자그마치 27~4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BRCA 유전자가 있다면 자신도 유전자를 가졌는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유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CA-125 종양표지자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말기 난소암 치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산부인과를 비롯해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의료진들의 다학제 협진으로 우수한 치료 성적을 거뒀다. 중앙대병원이 지난 10년간 수술한 환자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예후가 가장 나쁜 것으로 알려진 `장액성 난소암`의 3기말 5년 생존율은 80%로, 우리나라 모든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2.1%인데 비해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BRCA 유전자로 인한 난소암 환자도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증명되면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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