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빼야 장기들의 ‘탈출’ 막습니다"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0.09.14 05:30   수정 2022.12.02 15:1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골반장기탈출증 명의'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 방광, 직장 등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 나오는 질환이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주로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받아 생긴다. 출산할 때 골반구조물을 지지하는 인대, 근막, 근육 등이 손상을 돼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을 경험한 50대 이상의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중년 이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초기에는 운동치료 등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일부 진행됐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골반장기탈출증에 대해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에게 들었다.
신정호 교수 사진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사진=고려대구로병원 제공

Q.골반장기탈출증은 어떤 질환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자궁, 방광, 직장 등 골반내부에 위치한 장기들이 질을 통해 밀려내려와 질 밖으로 빠진 상태입니다. 직장이 빠져 나오면 직장류, 자궁이 빠져 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 나오면 방광류라 하며, 흔히들 ‘밑이 빠지는 병’, ‘아래로 빠지는 병’이라고도 부릅니다. 중년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하는데요. 여성의 일생 중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수술받을 확률은 6~9명 중 한 명(12~19%) 정도입니다. 검진받는 여성 중 30~76%는 조금 내려온 정도고, 8~9% 정도의 여성은 골반장기탈출증 증상을 느끼며, 3% 정도의 여성은 실제 밖으로 내려와 만져질 정도로 진행되어 있습니다.

Q.​증상은 무엇이고,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질 아래로 무언가 빠지는 느낌. 밑으로 묵직하게 무언가 내려오는 느낌이 가장 흔합니다. 심해지면 바깥으로 내려와서 손에 잡힐 만큼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염증이 동반되어 분비물이 생기고, 상처가 나서 피가 나기도 합니다. 많은 여성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고통받지만 수치심에 치료를 받지 않고 감추는 경우도 흔한데요. 이는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배뇨장애, 질 출혈, 골반통증 등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밑이 빠지는 기분이 들고 걸을 때 밑쪽이 불편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신정호 교수 사진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사진=고려대구로병원 제공

Q.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출산을 하면 아이가 통과하기 위해 골반 아래쪽 힘줄과 근육, 근막들을 직경 9~10cm 가까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때 골반 주변 조직을 잡아주는 근육, 근막, 힘줄 등에 손상을 주게 됩니다. 출산의 흔적들이 나이가 들면서 주변 조직 탄성이 감소하면 더욱 눈에 띄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내부에 받쳐주던 방광, 자궁, 직장들이 밑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입니다.

Q.​골반장기탈출증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번 출산한 사람, 거대아를 낳거나, 난산을 한 사람들이 조심해야 합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복압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골반 하부의 압력이 만성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요. 뱃살이 많은 사람, 변비가 심한 사람,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도 위험합니다. 유전적 요인도 있어서 가족력이 있으면 3.4배 정도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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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사진=고려대구로병원 제공

Q.​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골반장기탈출증은 ‘복압 증가’가 악화요인입니다. 따라서 뱃살을 줄이고,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이나 작업을 피해야 합니다. 또 쪼그려 앉는 대신 의자에 제대로 앉고, 변비를 개선해야 합니다. 기침도 복압을 높이는 원인이기 때문에 만성기침이 있다면 치료해야 합니다. 특히 흡연은 기침을 악화하므로 반드시 끊는 게 좋습니다.

Q.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국내외 권고지침이 있는지.
-국제적인 지침에 따르면 빠져나온 상태를 기준으로 1~4기로 나눕니다. 1기에는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으나 악화요인을 줄여서 진행을 막아야 합니다. 케겔 운동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증상이 진행하는 건 막을 수는 없습니다. 외부로 나올 것 같은 정도가 2기, 밖에서 잡을 수 있을 정도면 3기, 완전히 나오면 4기입니다.

심해지면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이 어렵다면 몇 년 정도는 ‘페사리’라는 기구를 사용해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페사리를 몇 년 사용하면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오래 사용하기는 힘듭니다. 이때는 수술하는 게 권장됩니다. 수술은 환자 상태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는데요. 골반장기탈출증이 어떤 모양으로, 어떤 상태로 빠져나오는지에 따라 수술법을 선택합니다. 방광, 직장뿐 아니라 자궁이 같이 빠지는 경우 개복술, 복강경, 로봇수술 등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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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사진=고려대구로병원 제공

Q.골반장기탈출증에 최근 로봇수술이 많이 쓰인다 들었습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지지하는 조직이 약해져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로 교정해도 다시 빠지는 등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후 2년 내에 두 번째 수술받는 경우가 12%이고, 길게 보면 수술받은 사람 중 30% 정도가 재수술을 받을 정도입니다.

가장 재발이 적은 방법이 ‘천골질 고정술’입니다. 물고기를 그물로 감싸서 끌어당기듯, 특수그물망을 이용해서 질 쪽의 골반장기들을 감싸서 묶어준 후 이를 골반뼈인 천골에 끌어 올려서 고정해주는 수술법입니다. 과거엔 개복을 통해서만 했기 때문에 마취 시간도 길고 출혈도 상당해 고령자가 받기에는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로봇 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시간, 마취시간, 출혈, 통증 들이 줄면서 회복도 빨라져 70~80대도 수술 부담이 줄었습니다.

Q.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는지. 재발했다면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다른 수술법들이 대부분 15~45% 정도 재발률을 보이는데 비해, 천골질 고정술의 재발률은 3~5%로 다른 수술법보다 상당히 적습니다. 재발한 경우에는 이전에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태로 재발이 되어 있는지에 따라 수술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Q.환자들이 특히 일상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복압을 높이는 습관을 조심해야 합니다. 수술하더라도 이런 복압 증가 요인들을 교정하지 못하면 재발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짐을 나르는 것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쪼그려 앉아 밭일을 하시거나 한쪽 무릎을 괴고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특히 나쁘니 이런 자세를 피해야 합니다. 항상 의자에 제대로 앉고, 한쪽 무릎을 괴고 앉는 자세는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운동은 걷는 게 권장되고, 허리를 펴고 타는 자전거, 수영 등이 좋습니다.

폐경 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폐경 후, 70대부터 특히 많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고령화가 될수록 질환은 늘어나지만,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은 30~40대부터 문제가 되는 만큼, 악화요인들은 30~40대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미리미리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악화요인을 알아두시고 피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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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사진=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신정호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골반장기탈출증, 폐경, 월경이상,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로봇 복강경 수술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으며, 로봇 복강경 클리닉, 폐경클리닉을 운영하며 생식내분비질환 치료에 헌신하고 있다. 대한폐경학회 사무총장, 대한자궁내막증연구회 총무이사, 대한비뇨부인과학회 보험위원장,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보험이사, 대한골대사학회 대외협력이사,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법제위원장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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