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궤양성대장염 두 종류... 기름진 식단 피해야
장에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장질환’은 지독한 난치병으로 알려졌다. 증상이 복잡해 다른 질병으로 오해하기 쉽고, 전신에 염증을 퍼뜨려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완치도 불가능해 평생 조절하며 살아가야 하는 질병이다.
이러한 염증성장질환은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 환자 수는 2015~2019년 최근 4년간 5만2838명에서 7만324명으로 33% 늘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설사, 피가 섞인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환자에 따라 병변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하고 치료 반응도 다른 만큼 환자별로 알맞은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질 등 항문질환으로 생각해 치료 미루기도
염증성장질환에는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두 종류가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관 어디서나 발병하고,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사임한 일본의 아베 총리도 궤양성 대장염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염증성장질환자 약 30~50%에서는 농양, 치루 등 항문질환이 있다. 그중에서도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는 염증성장질환의 대표 합병증이다. 대다수가 항문질환 증상 때문에 염증성장질환을 치질로 생각해 치료를 미루거나 치질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거나 재발되곤 한다.
최창환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으로 인한 치루를 제거술로 치료를 끝내선 안 되고 상태에 따라 여러 치료 방법을 시행해야 한다”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등 근본 원인인 염증성장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증성장질환자들은 처음 증상이 나타난 시기부터 진단받을 때까지 오래 걸린다. 그만큼 늦게 치료를 시작해 못해 장관 협착, 누공, 천공 등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장을 잘라내는 절제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반복적인 절제수술로 인해 장이 짧아지는 ‘단장증후군’ 등을 겪을 수 있다.
최창환 교수는 “장 이외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염증이 발생하는데, 환자 20~30%가 눈, 입, 관절, 피부 등에 염증 및 통증을 경험한다”며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름진 식단 줄여야… 꾸준한 치료로 재발 방지
지금까지 염증성장질환의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요인,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장내 세균 불균형 등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발병 기전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강조한다. 염증성장질환은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서양에서 흔한 질병으로, 우리나라도 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햄버거, 피자, 치킨 등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사람은 염증성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염증성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섭취량을 줄이고 섬유질 식품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게 좋다. 또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흡연은 염증성장질환을 악화하므로, 금연이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욱 교수는 “지방이 많은 고기,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 개인별로 증상을 악화하는 음식이 있다”며 “음식이 증상을 항상 악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 피하는 대신 증상 발생 관계를 파악해 영양부족이 발생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단이 제한되는 염증성장질환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엽산,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철분, 각종 무기질 등이므로 신경 써서 섭취해야 한다. 인체에 유익한 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와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대한 염증을 줄이고 합병증을 막기 위해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장폐쇄, 장협착, 장천공, 복강 내 농양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해도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질병이 다시 악화돼 재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욱 교수는 “치루, 항문주위농양 등 항문질환은 한 번 수술을 받고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여러 번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치의와 긴밀히 상의해 조기진단과 치료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