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시작… '대형병원 의료 공백' 현실화 되나

입력 2020.08.21 14:58

20년 만에 전공의 파업, 파장은…

의사
21일부터 전공의 파업이 시작됐다. 전공의들이 전면 파업에 동참하면서 대형병원 수술이나 진료에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조선일보DB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파업이 시작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년차와 2년차 등 순차적으로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참여 인원은 전공의 1만 6000명중 약 1만명이다. 앞서 동네 개원의 중심으로 진행됐던 집단휴진과 달리, 전공의들이 파업에 전면 동참하면서 대형병원은 의료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오늘은 예약 감소나 진료·수술 차질 등 병원 내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지만, 전공의들의 무기한 업무 중단을 선언한 만큼 장기화되면 의료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병원 의사 3분의 1이 '전공의'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전공의는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 1500명 중 전공의가 500명이다. 오늘 파업에 참여하는 4년 차가 90명 정도. 세브란스병원은 약 1400명의 의사 중 전공의는 460명, 서울성모병원은 전체 의사 805명에 전공의는 298명이다.

따라서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가 파업을 시작한 21일은 당장 인력 소실이 크지 않지만, 22일과 23일 파업이 확대돼 모든 전공의가 파업을 하면 다음주부터는 수술이나 진료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응급실에 공백이 생기면 응급 환자 진료나 수술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 다만 병원 사정에 따라 파업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병원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인턴과 응급실·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전공의는 파업에 불참하기로 했다.

다음 주가 고비… 수술 연기해야 할 수도
21일은 레지던트 4년 차와 인턴만 빠지는 상황이라 병원 사정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교수와 전임의가 대체 업무를 하고 있지만 다음주 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주말엔 응급 수술밖에 없지만 다음 주에는 수술 일정 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중증이나 응급 수술은 바로 해야 하지만, 급하지 않은 경증 수술이나 시술은 연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관계자는 "예약 환자가 줄어들지 않는 등 현재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다음 주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남은 인력인 전문의와 교수가 최대한 지원을 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병원이 의료 인력 공백에 대한 공식적인 대비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 진료과 별로 상황에 맞게 인력 운영을 하고 있으며, 병원 대표들과는 추후 논의를 할 예정이다.

전임의·교수 “전공의 파업 지지”
이러한 와중에 전임의(펠로우)들은 ‘대한전임의협의회’를 결성하고 총파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오는 24일부터 순차적으로 단체 행동을 시작해 26일에는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전임의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의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진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을 적극 지지하며 “수업, 실습,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을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워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4대 의료정책 무엇?
의사들이 반대하는 4대 의료정책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이다. 4대 정책 중 의사들이 반발이 가장 큰 것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 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을 추가 양성하고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 전형'으로 선발, 10년 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른 500명은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나머지 500명은 제약 바이오 분야 연구 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재 인구 감소율과 의사 증가율을 고려하면 의사 수가 충분하다며 의사 수 확대 전에 제대로 된 수련병원, 전문 의료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지역의사 제도가 개인의 직업과 거주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하며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의대에 대해서도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가 공공의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낮은 처우로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 종사하기 꺼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방 첩약 급여화에 대해서도 의사들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뇌졸중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3개 질환에 대한 처방 한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의료계는 "한약의 경우 유효성,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이 생략됐으며, 이러한 한약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것은 의약품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진료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상담과 처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그동안 의사들이 반대해 왔던 원격의료의 문을 여는 것이라는 생각에 반발을 하고 있다. 의협은 "검증 없이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개인의료정보 누출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고 반발했다. 또한 무분별하게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의원·중소병원과의 접근성 차이를 없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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