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하려면 ‘면역력’ 뒷받침돼야” [헬스조선 명의]

입력 2020.06.01 08:00   수정 2022.12.01 17:32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유방암 명의'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이수 교수

김이수 교수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김이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건강한 사람도 몸에서 매일 ‘암세포’가 생기지만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암세포를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그만큼 활발하고,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나쁜 생활습관으로 면역세포가 시들시들하거나, 숫자가 부족해지면 암에 걸리게 된다. 즉 암환자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면역력’에 많이 달린 것이다. 암에 걸렸더라도 면역력을 충분히 끌어올리면 치료 예후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암과 면역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한림대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이수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 암환자에게 ‘면역력’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요.

-정상적인 사람도 매일 암세포가 생기지만, 암세포를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있어 암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면역세포가 충분한지 아닌지에 따라 암 발생이 결정되는 거죠. 면역세포 활성도가 좋거나, 수가 많으면 괜찮은데,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영양균형 붕괴 등으로 면역활성력이 떨어지면 위험합니다.

결국에는 암 세포가 잡아먹히지 않고 ‘암’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죠. 유방암도 마찬가지로,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외부인자에 의해 유방암이 생기는 겁니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재발과 전이가 잦아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유방암인 만큼 2차적인 보조요법으로 면역력을 올려주는 ‘면역치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Q. 면역치료가 무엇인가요.

-보통 면역치료에는 2가지가 있는데요, ‘능동면역치료’와 ‘수동면역치료’입니다. 능동면역치료는 면역제가 들어가서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증가시키고, 면역세포 수를 증강시키는 방법입니다. 수동면역치료는 면역세포를 우리 몸에서 찾아내, 실험실환경에서 몇 백만개로 불린 다음, 다시 몸에 넣는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수동면역치료 효과는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우리 몸에서 병원균과 싸우면서 성장해야 하는데, 안전한 외부에서 자라면, 충분한 활성도를 갖추지 못하고 숫자만 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면역세포를 체내에 넣으면 병원균과 충분히 싸울 능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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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김이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유방암 종류에 따라 면역력 중요도도 달라지는지.

-선천적인 유방암은 전체 5~10%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90~95%는 외부요인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경우입니다. 면역세포가 적으니 암이 발생하는 만큼,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이 중요합니다.

Q. 면역세포 활성도와 숫자 중 뭐가 중요한가요.

-면역력이 약하다는 건 NK세포(natural killer cell), 세포독성임파구(T-임파구), 헬퍼 T-cell, 대식세포, LAK세포 등 면역세포수가 적고 활성도가 낮다는 의미입니다. 숫자와 활성도는 면역력을 결정하는 2가지 지표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군인이 100명이 있다고 해도 90명이 허약한 경우가 면역세포 활성도가 낮은 경우이며, 잘 훈련받은 군인 10명이 있지만, 수많은 적군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면역세포 숫자가 부족한 예시입니다. 면역세포의 활성도와 숫자 둘 다 중요한 만큼 스트레스, 담배, 해로운 음식 등을 줄여 면역력을 높여야 합니다.

Q. 항암치료 중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대안이 있는지.

-사람마다 항암치료에 따른 면역력 저하 여부가 달라지는데요. 어떤 환자는 항암치료를 해도 백혈구가 별로 안 떨어지고 잘 견디는데, 다른 사람은 확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때는 백혈구 수치를 올려주는 G-CSF(과립구 집락자극인자)제제를 사용하거나 감염 예방을 하여 항생제 등을 쓰거나, 항암제의 dose(용량)을 낮추기도 합니다.

비타민D도 많이 쓰입니다. 암환자가 면역력을 유지하려면 비타민D 30ng/ml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여러 항암제의 대사산물을 처리하다보면 피곤해지는데, 이때는 셀레늄을 사용합니다. 대사산물을 처리하다 지치면 면역활성도가 떨어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셀레늄을 씁니다. 암환자 중에서도 전이가 됐거나 중증인 경우 면역력을 높여 항암화학요법의 보조제로서의 역할을 위하여 ‘미슬토 주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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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김이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미슬토 주사는 어떤 기전으로 면역력을 높이나요.

-미슬토 주사에는 비스코톡신과 렉틴 2가지 성분이 있습니다. 비스코톡신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고, 세포를 괴사시키며, 면역세포 활성도도 높입니다. 렉틴 성분은 면역세포의 숫자를 늘려줍니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고, 세포를 괴사시키며, 면역세포 활성도와 숫자를 늘려주는 기전으로 암환자가 병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Q. 유방암 종류 중 미슬토 주사가 효과적인 종류가 있는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입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지금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서 환자들은 불안감을 지니며 살아갑니다. 이에 제도권 밖에 있는 치료를 받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을 먹는 등 오히려 병을 더 키울 수가 있습니다. 이때 임상으로 검증된 미슬토 주사를 사용하면 안정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미슬토 주사의 연구결과는 유럽, 우리나라 등에서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실제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미슬토 주사를 사용한 결과, 다른 유방암환자들과 예후가 같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기존 치료제와 충돌되거나 부작용은 없는지.

미슬토 주사가 항암제와 충돌된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존 치료제를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일 흔한 항암치료법 중 화학물질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화학요법’이 있는데요. 옛날에는 암세포를 공격해서 암세포만 없어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재발을 막고 전이를 막으려면 암환자의 면역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신체가 암과 자체적으로 싸움도 할 수 있게끔. 힘을 길러줘야 잘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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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김이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실제로 유방암 환자 중 면역력이 좋아 치료예후가 좋았던 사례가 있다면.

전신에 다발성 뼈전이가 됐던 유방암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통증을 크게 줄이고 병변도 작아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뼈로 전이가 되면 통증이 극심한데요. 이때 마약성 진통제를 24시간 동안 써야할 정도였습니다. 미슬토 주사를 사용한 결과, 마약성 진통제를 쓰는 횟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도 5년간 사용한 결과, 예후가 크게 좋아져 이 결과를2014년도에 GBCC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유방암환자에게 미슬토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죠.

Q. 미슬토 주사를 사용 시 주의사항이 있다면.

-체내 염증이 있는 환자는 사용 시 의료진과 면밀히 상담한 다음 쓰는 게 좋습니다. 혹시 모를 아낙필락시스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 전과 마찬가지로 사용 후에도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Q. 유방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5가지 생활수칙을 반드시 지키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1. 의료진이 주는 약제를 정확한 시간에 복용해야 합니다.

2. 체중을 관리해야 합니다. 살찌면 운동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예후가 나빠집니다.

3. 평소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욕심을 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면역력이 저하됩니다.

4. 5가지 색깔 과일을 먹읍시다. 빨강, 보라, 노랑 등 색깔별로 영양성분이 다릅니다.

5. 잠을 푹 잡시다. 밤에 커피, 술, TV, 스마트폰은 금기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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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김이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이수 교수는?

중앙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유방내분비암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유방암과 갑상선암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며 주요 진료 분야는 유방암, 갑상선암, 부신종양 등의 치료 및 로봇수술이다. 본 진료과는 유방내분비외과이지만, 수술과 내과적 치료를 적절히 융합해 뛰어난 치료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1993년부터 수술이 불가능한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34%의 유방보전수술 성공률을 달성했다. 유방암 치료에 있어 기존 수술법(액와부 청소술)의 문제점을 보완할 새로운 술법(감시림프절 개념)을 도입하며 표준 술식으로 자리잡게 했다. 2002년부터는 국내 내시경갑상선수술을 활성화시켜 갑상선 로봇수술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18년 개인 통산 유방암과 갑상선암 수술 1만례를 달성했다. 지난 1월 국내 의료계의 최고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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