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20년, 10년간 한미약품의 글로벌 행보는 냉온(冷溫)을 오갔다. 10년의 상반기 동안(2011~2016), 공격적인 R&D(연구개발)로 총 10건의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에 성공했다.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계약을 빼도 계약 금액은 9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2010년대의 하반기(2016~2020)에 그중 5건에 대한 권리반환을 통보받았다.
지난 14일 프랑스의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통보받은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반환도 그중 하나다. 일각에선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과 관련해 ‘위기’를 얘기한다. 그러나 정작 한미약품 쪽에선 ‘건재’를 자신한다. 지난 10년 간 한미약품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한미약품, 10년 동안 10건 기술수출 달성
한미약품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총 10건의 기술수출 계약(총 계약규모는 8조6431억원)을 체결했다.
첫 기술수출의 역사는 2011년 12월에 시작됐다. 미국 아테넥스와 '오락솔'·'오리테칸'·'오라독셀' 등 3건의 후보물질을 4244만 달러(약 487억원) 규모로 계약했다. 이후 2012년 1월엔 미국 스펙트럼과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로 기술계약을 체결했다(계약금 비공개).
2015년에 한미약품에게 ‘연전연승’의 해였다. 총 6건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승전보’를 울린 것이다.
첫 소식은 스펙트럼과 2월 다중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기술이전으로 시작됐다(계약금 비공개). 이후 4월에는 일라이릴리와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 기술 이전계약을 6억9000만 달러(약 7496억원) 규모로 체결했다.
7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 기술 이전 계약을 7억3000만 달러(약 8369억원)로, 11월에는 프랑스 사노피와 에페글레나타이드, 지속형 인슐린, 지속형 인슐린콤보 등 3건을 총 39억 유로(약 4조8372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얀센과 지속형 비만·당뇨 신약 후보물질인 'HM12525A'를 9억1500만 달러 규모(약 1조564억원)로 계약했고, 중국 자이랩사와 올무티닙 기술이전으로 9200만 달러(약 1062억원) 규모로 계약하며 8연승을 기록했다.
그 다음해인 2016년 9월엔 미국 제넨텍과 9억1000만 달러(약 1조81억원) 규모 계약이 이어졌다. RAF 표적항암제 'HM95573'의 기술을 이전하는 내용이었다.
계약수출 10건 중 ‘절반’ 반환 위기
하지만 한미약품은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을 시작으로 2018년 자이랩, 2019년 일라이릴리, 얀센, 올해 사노피로부터 차례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7억3000만 달러 계약은 6500만달러(약 798억원)만 받은 채로 끝났다.
2018년에는 중국 자이랩으로부터 총 9200만달러(약 1000억원)에 수출한 ‘올무티닙’에 대한 판권도 반환받았다.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증피부이상반응 등 부작용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에는 일라이릴리로부터 경구용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BTK억제제) ‘HM71224’의 권리를 반환받았다. 총 7억6500만달러(약 9394억원) 규모였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같은해 7월에는 얀센으로부터 당뇨 동반 비만환자에서 혈당조절이 내부기준에 미달됐다는 이유로 ‘HM12525A’ 권리를 돌려받았다. 총 9억1500만달러(약 1조1237억원)를 받을 수 있었지만 계약금 1억500만달러(약 1289억원)만 챙겼다.
여기에 사노피가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최근 통보까지 했다. '지속형 인슐린'과 '인슐린 콤보' 2종을 2016년에 반환했던 사노피는 결국 모든 당뇨신약 후보물질을 반환할 계획으로 보인다. 권리 반환 후에도 수령한 계약금 2억유로(약 2653억원)는 돌려주지 않는다.
이번 통보에 대해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이타드의 유효성, 안전성과는 무관한 사노피의 일방적 결정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한미약품은 “코로나19에 임상 진행의 어려움 등이 표출되며 발생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임상3상을 완료할 것이라 믿으며, 불가피한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도 검토할 방침이다,
신약개발 ‘하늘의 별따기’… “개발과 실패 잦아”
제약업계에서는 신약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A 씨는 “신약후보물질 개발부터 임상 3상까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며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실패는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B 씨는 “신약 개발은 미국에서도 10개 중 7개는 실패할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신약 개발과 실패는 잦은 일인데, 한미약품이 유난히 악재가 겹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약 후보물질에서 신약 허가까지,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성공될 확률은 통상 0.01%~0.02%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바이오협회에서는 신약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될 확률을 9.6%로 보고 있다. ‘하늘의 별따기’라고 불리는 셈이다.
계약 해지가 한미약품 기술력의 한계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미약품 기술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의약품의 효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반환된 의약품’이라는 꼬리표도 한미약품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은 “급작스럽게 반환을 통보받았다는 것은 판매 파트너사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며 “반환 받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협상력이 약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연구원은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규모 기술이전 가능성 여부는 다소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연구원은 "사노피의 권리 반환 의향 통보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사노피가 임상3상을 완료하지 않을 경우 한미약품이 대규모 임상 3상을 할 수 있을지 관건이고 남은 임상3상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신약개발 차질 없이 진행할 것”
한미약품은 이번 반환과는 별개로,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신약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자신감의 배경에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있다. 한미약품 측은 “랩스커버리 기반의 다양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건재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비만, 희귀의약품 등 분야에서의 혁신신약 개발은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의약품 약효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을 통해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확보 및 개발하고 있다. 현재 30여개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이 있으며,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신약 중 미국 FDA, 유럽 EMA로부터 희귀약 지정을 받은 건수는 8건이다.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는 작년말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비만치료제로 개발해 온 ‘듀얼 아고니스트’는 물 재창출을 통한 새로운 적응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ucagon/GIP/GLP-1 삼중작용제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경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작년 FDA로부터 원발 경화성 담관염과 원발 담즙성 담관염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각각 지정됐다. 또 임상 1상 중인 ‘글루카곤 아날로그’는 FDA와 EMA로부터 선천성고인슐린증 희귀약으로 지정됐다.
최근 5년 기술료 수익만 6000억 원대
한미약품은 손익만 따졌을 때, ‘이득’이라는 분석도 있다. 계약한 10건 중 5건이 파기됐거나 파기 직전인 상황이지만,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미약품의 기술료 수익은 6629억원이다(15일, 한미약품 사업보고서). 이는 최근 8년(2012~2019년) 누적 영업이익 6527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랩스커버리 및 오라스커버리, 펜탐바디 등 자체개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 반환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로슈의 제넨텍, 스펙트럼, 아테넥스 등 글로벌기업들과 함께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