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준영이의 불안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입력 2020.05.12 16:36

 

부부싸움 그래픽
부모의 불화는 아이에게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 갈등의 중심이 되는 극 중 지선우-이태오 부부의 아들 '준영'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준영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큰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부모 사이의 갈등을 목격한다. 그래서일까, 준영은 친구들의 물건을 상습적으로 훔치거나, 친구를 폭행하는 등 계속 어긋나는 모습을 보인다. 준영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들어봤다.

어릴 적 가정불화, 성인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부모의 불화는 아이의 정신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아이는 가정의 두 기둥인 엄마, 아빠를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며 "부모의 불화는 아이의 안정감을 깨트려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불화가 원인이 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는 상당히 많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수현 교수는 "소아 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불화가 원인"이라며 "성인도 정신질환의 원인을 되짚어보면 어린 시절 가정불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장기에 겪은 가정불화는 성인기에 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의 정서는 마치 키가 크듯 가만히 내버려 둬도 성장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가정의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 뇌가 계속 발달하는 시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데에 과도한 에너지를 쓰면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나 때문에 누군가 싸울까 두려운' 마음이 생겨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어른으로 자라기 쉽다. 주수현 교수는 "가정불화가 있으면 아이는 우울한 상태의 뇌로 성장할 수 있다"며 "부모에게 자신의 편안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사회성을 기르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 앞에선 싸우지 말고, 싸웠다면 바로 화해할 것

따라서 부모가 피치 못하게 갈등 상황에 부딪혔다면,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미 싸웠다면 가능한 빨리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에게 화내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수현 교수는 "자식에게 사과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며 "'또다시 너를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부모와 대화하기를 꺼린다면, 우선 부모가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해서 보여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에게 남편·아내의 험담을 하는 것은 절대로 피한다.

가정불화로 우울,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인지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갈등이 전부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본인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판단보다 부모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감정을 표출하는 데도 서툴러 모든 감정을 마음에 쌓아두게 된다. 주수현 교수는 "만약 준영이를 치료하게 된다면 불안, 분노, 죄책감 등의 감정을 알아차리게 해주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성적 떨어진 아이, 치료 필요한지 살펴야

만약 아이가 극 중 준영의 사례처럼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을 하거나, 학생으로서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치료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학교폭력에 연루되거나, 평소와 달리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이 매우 떨어졌거나,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아이의 치료를 결심했다면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김원형 교수는 "아이는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이 '혼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며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상담받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준영의 행동을 두고 비난을 하는 일부 시청자도 있다. 극 중에서도 준영이 한부모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낙인을 찍는 인물이 존재한다. 이런 '낙인'은 아이에게 크나큰 스트레스를 주고,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김원형 교수는 "아이가 실수나 잘못을 했더라도 부모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며 "나도 다른 아이에게 낙인을 찍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