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동맥고혈압 명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해억 교수
우리 몸을 숨 쉬게 하는 ‘폐(肺)’.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수송로인 ‘혈관’이 고장 나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하다. 수송로를 망가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원인으로는 ‘폐동맥고혈압’이 있다. 폐로 혈액을 전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폐동맥고혈압은 치료하지 않으면 생존기간이 2~3년 정도로 짧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기대 생존율이 7.6년까지 증가하는 만큼 최대한 빨리, 또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폐동맥고혈압 명의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해억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폐동맥고혈압은 어떤 질병인가요.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고, 일반적인 혈압 측정법으로 발견이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폐동맥고혈압 환자수는 약 1500명으로 추정하고 있고, 진단이나 치료받지 못한 숨겨진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최대 6000명 정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Q. 대표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호흡 곤란, 만성피로, 어지럼증이 있는데 다른 질병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라 구분 짓기 어렵습니다. 폐동맥고혈압 환자 절반은 돌연사로,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미 질환이 진행된 이후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되면 치료 또한 늦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생존율이 낮아집니다. 질환 자체 인지도도 낮아 진단에 평균 1.5년이 걸립니다. 만일 진단 후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균 생존기간은 2.8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습니다.
Q. 폐동맥고혈압 유발 원인은 무엇인가요.
-안타깝게도 폐동맥고혈압을 일으키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단, 선천성심장질환,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약물 독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의료진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유전성이 강한 질환이므로 여성분들 중 가족력이 있다면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Q.특히 주의해야하는 연령층이나 질환군이 있다면.
-폐동맥고혈압 80%는 주로 40대 후반 여성에게서 발견되므로, 이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별과 연령대 상관없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변해가고 있는데요. 폐동맥고혈압은 유전성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 중에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가족 구성원의 60~80%가 잠재적 환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가족 중에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있었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게 권장됩니다.
Q.질병으로 진단하는 게 어려운데, 이유가 뭔가요.
-질병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인 호흡곤란, 숨 가쁨이 다른 질병에서도 나타나므로 폐동맥고혈압이라 의심하기가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까지도 오래 걸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합니다.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여 진단과 치료받지 못한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환자, 1차 진료의사 모두 모르고 있다면 않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Q.그렇다면 폐동맥고혈압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평가하는 ‘심장초음파검사’가 가장 확실합니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질환, 폐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과 원인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등이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Q.조기 발견할수록 치료 예후가 좋은가요.
-맞습니다. 전문가 모두 입을 모아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폐동맥고혈압 진단 후 최신 치료제 병용요법을 적극 활용하면 기대 생존율이 7.6년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3년 평균 생존율을 해외와 비교한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원인입니다. 우리나라, 프랑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조기진단 환자는 생존율이 진단이 늦은 환자 대비 약 3배 높아진다고 밝혀진 만큼 관심을 갖고 진단하는 게 좋습니다.
Q.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치료합니다. 치료제는 크게 주사제, 흡입제, 경구제로 구분되고, 약제를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단 초기부터 경구제 병용요법과 주사제로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약제들은 전반적으로 병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고 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환자 예후 평가를 진행해 치료가 환자에게 잘 맞는지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치료방법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Q.환자 치료 시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추정치 대비, 실제 진단 및 치료율이 낮습니다. 폐동맥고혈압은 진행성 질환으로, 치매나 고혈압처럼 꾸준한 치료와 증상 모니터링을 통한 질환 관리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폐동맥고혈압의 증상이나 치료효과가 체감상 느껴지는 부분이 적어 치료 이탈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가 질환 심각성을 인지 못 하고, 당장 치료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 검사 통한 추가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검사법 자체가 번거롭거나 혹은 병용으로 인한 약제 부담이 치료지속성을 낮추는 원인입니다. 이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얼마나 발전했나요.
-최근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진단이나 치료환경이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 진단 받거나 치료를 받으시는 폐동맥 고혈압환자들은 일상에서 체감상 느끼는 질환 증상이 없다고 하시는데, 이때 치료를 중단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환자도 의료진을 신뢰하고 꾸준한 치료를 받는다면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폐동맥고혈압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경우 3년 생존율이 54.3%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쁜 질환입니다. 조기 진단이 있다면 생존율은 높아지기 때문에 질환 자체에 대한 인지도 확보가 중요합니다. 또한, 폐동맥고혈압은 진행성 질환이고,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치료를 유동적으로 진행해야하므로 이에 대한 환자 교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협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적극 동참해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금 더 강화하면 이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해억 교수는
가톨릭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분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해억 교수는 한국심초음파학회의 총무이사, 교육수련이사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지침제정 및 교과서편찬 위원장직과 학술이사, 대한심장학회 학술위원, 혈관연구회 부회장, 한국 폐고혈압 연구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심장 분야의 양대 산맥인 미국심장학회와 유럽심장학회의 석학회원으로 각각 선임되었다. 아시아태평양심초음파학회(Asian-Pacific Association of Echocardiography)주관 국제학회인 ‘ECHO ASIA 2018’의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심초음파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한국인 폐동맥고혈압등록사업 (KORPAH)을 주관하였고 한국 폐고혈압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폐고혈압 분야 권위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