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癌'이니 두고 본다? 장기 생존율 높이려면 조기 발견 필수

입력 2020.04.08 07:00

[주목! 이병원]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일산차병원은 갑상선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정수 교수를 영입했다. 박정수 교수를 주축으로 갑상선암센터 의료진은 최초침습수술을 지향하며, 환자들에게 심리적 지원도 해주고 있다.
일산차병원은 갑상선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박정수 교수를 영입했다. 박정수 교수를 주축으로 갑상선암센터 의료진은 최초침습수술을 지향하며, 환자들에게 심리적 지원도 해주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갑상선암은 흔히 '거북이 암' '착한 암'이라고 불린다. 다른 암과 비교할 때 느리게 자라는 경우가 많고, 장기 생존율도 높아서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로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2013~2017년 기준) 100.1%에 달한다. 갑상선암과 무관한 일반인들(동일 연령군)의 기대 생존율을 기준으로 뽑은 수치다. 통계만 놓고 보면 정상인 보다 오래 사는 것인데, 이런 통계 때문에 '오래 살려면 갑상선암에 걸려야 하는 것이냐'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갑상선암 전문가들은 갑상선암은 느리게 자라는 암이기 때문에, 5년 생존율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 10~30년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센터장(외과)은 "미국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를 30년간 추적했을 때 30%에서 재발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4기면 생존율 50% 미만

착한 암이라고 해도, 암은 암이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절망하고 치료를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괜찮다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암을 키워서 치료를 하면 그만큼 생존율도 떨어진다. 2018년 미국암연합위원회(AJCC)가 갑상선암 병기별 10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기 98~100%, 2기 85~95%, 3기 60~70%, 4기 50% 미만이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유두암인데, 유두암은 거북이 암이다. 암 크기가 1㎝ 미만이라면 6~12개월 간격으로 검사를 하다가 커지면 수술해도 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암의 위치가 기도나 성대신경 근처일 때 ▲갑상선암이 피막을 뚫고 나갔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있을 때 ▲갑상선암이 나쁜 세포(키큰세포, 말발굽세포, 원주세포, 저분화, 미분화, 수질암)로 이뤄져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

2012년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불거지면서 병원을 늦게 찾는 갑상선암 환자들이 많다. 박정수 센터장은 "내 환자 중에 '갑상선암은 별거 아니라던데…' '갑상선암으로 안 죽는다던데…'라는 얘기를 듣고 병원에 늦게 왔다가 치료가 제대로 안돼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갑상선암을 진단할 필요도, 수술할 필요도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목 부위에 뭔가가 만져지는데 결절이 크거나 갑자기 커진 경우, 결절이 커서 호흡에 불편을 느끼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 갑상선에 결절이 있으면서 목소리 변화가 나타나면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없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권위자 박정수 교수 영입

지난 12월에 개원한 일산차병원은 갑상선암 분야의 국내 최고 외과 의사 박정수 센터장을 최근 영입했다. 박 센터장은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갑상선암 수술 2만1000례 이상, 수술 후 20년 생존율 95%라는 임상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박정수 센터장을 주축으로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 전문가인 깁법우 교수, 김민지 교수 등이 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 시 가장 걱정하는 것이 목 정면에 6~8㎝로 남는 흉터다.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에서는 흉터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다.

먼저 박정수 센터장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소침습갑상선절제술'이 있다. 이 수술법은 목 중앙을 피해 목 옆 부분을 2.5~3㎝로 작게 절개하고 기존의 수술법과는 달리 띠근육과 흉쇄유돌근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갑상선을 떼어내는 방법이다. 수술이 작다보니 수술 시간이 짧고 수술 후 통증도 경미하다.

이외에도 겨드랑이 부위를 6㎝ 정도 절개해 갑상선으로 접근하는 액와(腋窩) 접근법, 양측 유륜과 겨드랑이에 1㎝ 미만의 상처를 통해 접근하는 양측 유륜(乳輪) 액와 접근법, 귀 뒤를 통해 접근하는 귓바퀴 접근법 등 다양한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또는 내시경을 활용해 아랫 입술 안쪽에서 갑상선까지 접근해 피부에 눈에 보이는 상처를 남기지 않고 통증도 줄이는 경구(經口) 접근 갑상선 수술법도 적용하고 있다. 경구 접근 갑상선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아랫입술 안쪽 점막에 1㎝ 미만 3개의 구멍을 통해 진행한다. 신체 구조상 갑상선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랫입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수술법에 비해 도달 거리가 짧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최첨단의 성대신경 모니터링 장비와 부갑상선을 찾는 영상기기 등을 도입해, 후두신경과 부갑상선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방사성요오드 치료실도 갖췄다.

내원 한 번하면 그 날 병기까지 확인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한 번만 내원하면 그날 갑상선암 유무와 병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진행한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되면 전담 코디네이터가 배정돼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와 수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돕고, 상담과 교육을 해준다. 또한 갑상선암 환자의 정신적인 불안까지 케어하는 '암 환자 감성치료시스템'을 도입, 정신건강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가 겪게 되는 감정 변화와 어려움을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갑상선암 95% 증상 없어정기적인 검진 권장"

박정수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센터장은 “갑상선암 검진까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센터장은 “갑상선암 검진까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갑상선암도 암이다. 조기 검진해서 나쁠 것이 뭐가 있나?”

갑상선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 박정수 센터장이 기자에게 물은 말이다. 박 센터장은 “조기 검진을 안해서 폐 등 다른 장기까지 퍼져서 오는 안타까운 환자들도 있다”며 갑상선에 혹이 만져지는 등 증상이 생겼을 때 진단을 하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실제로 갑상선암 환자의 95% 이상은 증상이 없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갑상선암을 발견한다는 게 박 센터장의 설명.

갑상선암도 암이며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표가 있다. 박 센터장은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영국은 국가가 세금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갑상선암을 찾는 초음파 검진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사들도 적극적인 치료를 안하는 편이라고 박 센터장은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갑상선암 5년 생존율(1996~1999년)이 남자 74.2% 여자 73.5%이다. 갑상선 초음파 등 건강검진이 활발한 한국의 5년 생존율을 보면 1993~1995년 기준으로 94.2%, 1996~2000년 94.9%, 2001~2005년 98.3%, 2008~2012년 100.1%로 높다.

박 센터장은 “수술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더라도 1년에 한 번은 검진을 하라”고 말했다. 1㎝ 미만인 암이 발견됐다면 6~12개월 간격으로 검사만 하다가 암이 커지면 수술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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