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유출 vs 토양서 채취
보톡스(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 기술을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4년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균주 유출’ 여부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결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두 회사의 갈등은 최근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 출처와 관련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행정 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다시 불거졌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중기부의 조사를 전면 거부했는데, 중기부가 그에 대한 과태료를 최근 부과한 것이다. 대웅제약의 반발에 대해 중기부와 메디톡스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조사 거부 자체가 ‘균주 유출 의혹’에 대한 인정이란 게 메디톡스의 입장이다.
두 회사의 보톡스 논쟁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균주 불법 유출” vs “용인 땅에서 발견한 것”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전(前) 직원이 반출한 보툴리눔 균주를 대웅제약이 불법으로 취득해 사용 중”이라고 주장하며 대웅제약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메디톡스의 주장에 대해 대웅제약은 당시 “균은 용인의 토양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메디톡스는 그러나 이듬해인 2017년 국내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2019년 미국 ITC 소송까지 내며 대웅제약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ITC 재판부는 두 회사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이 동일한지에 대해 전문가 감정을 실시했다. 감정결과는 양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 공개 가능하지만 대웅제약이 거부한 상태다.
대웅 “불필요한 조사” vs 메디톡스 “필요한 조사”
메디톡스는 국내외 소송과 별도로 지난해 3월 중기부에 대웅제약을 신고했다. 역시 보톡스 균주와 제조기술 자료의 불법 취득을 문제 삼았다. 중기부는 이에 대웅제약 용인 연구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리고 조사 거부에 대한 과태료가 ITC 예비판결을 두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부과된 것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7일 낸 입장문을 통해 “국내외에서 제기한 소송이 수년 전부터 진행돼왔고, 이 과정에서 수사•사법 기관의 광범위한 수사•조사를 거쳤기에 소송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며 “행정조사는 소송 종결 시까지 중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입장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일단 대웅제약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향후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부 측은 이어 “그동안 행정조사에 대한 저항은 많았지만 보통은 현장에서 생기는 실랑이가 대부분”이라며 “이번에 전면적인 조사 거부는 예외적”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도 “대웅제약이 중기부 조사를 전면 거부한 것 자체만으로도, 메디톡스가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 거라 본다”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인 나보타 균주를 용인에서 발견한 것이 사실이라면 ITC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공개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입장문에서 메디톡스의 ‘기업 구분’도 문제 삼았다. 메디톡스가 정부 기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처음 소송을 시작할 당시 시가총액이 대웅제약의 2배에 육박하는 4조가 넘는 거대기업"이라며 "작년 11월에도 거의 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순위를 올렸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그러나 “보툴리눔톡신 균주 사건 신고일 당시에는 중소기업이었다”며 “이후 회사가 성장해 중견기업이 되었다고 해서 조사를 중지한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4년째 이어진 균주논쟁… “올 6월 결판난다”
두 회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논란은 오는 6월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지난 2월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한 ITC는 6월 예비판결 일정을 공지했다. 최종판결은 올해 말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패소하는 측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웅제약이 패소하면 지난해부터 성과를 보던 미국 시장 진출이 무산된다. 메디톡스가 패소하면 4년 동안 허위로 의혹을 제기한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양측은 장기간 분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 탓에 두 회사 모두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또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영 성과에서도 양측은 막대한 손실이 따랐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65.2%, 71.1% 줄었다. 메디톡스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9.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