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할머니 퇴원, 방호복 생일파티…힘들지만 행복한 순간도 많습니다”

코로나19 환자 돌보는 서울시 서남병원 간호사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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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할머니 퇴원하던 날 배웅/서울시 서남병원 제공

필자는 서울특별시 서남병원에서 근무하는 6년차 간호사다. 우리 병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처음에 뉴스로 코로나19 소식을 접했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확진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서남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확진자가 입원한다고 하니 솔직히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던 게 사실이지만 직접 몸으로 환자들을 대하다보니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구나’,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구나’라는 사명감이 들었다.

우리 병원에는 1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나이 대의 환자 70여명이 입원해있다. 시시 각각으로 바뀔 수 있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챙겨야 한다. 병원 내 바이러스 전파를 막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는데, 방호복을 입고 격리병동에 들어가 2~3시간 업무를 하고 나면 땀이 비 오듯 흘러 정말 속옷까지 다 젖을 정도다.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혹시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늘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에 탈진에 가까운 상태로 힘들 때도 있지만 의료인으로서 누구보다 보람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코로나19 환자를 돌봤지만 기억에 남는 환자도 있다. 21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93세 할머니이다.

멀리 경북 경산지역 요양원에서 서울로 올라오신 93세 할머니는 처음 병원에 오셨을 때는 기력이 약해 혼자 걷지도 못하실 정도였다. 식사도 거부해서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들어가 국에다 밥을 말아서 직접 먹여드렸다. 억지로라도 사레 들리지 않게 먹여드리면서 “식사 잘 하시고 얼른 나아서 퇴원하자”고 다독이며 식사를 도와드렸다.

할머니는 “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잘 해주냐”고 하면서 우셨다. 방호복을 입고 고글까지 착용한 상태로 할머니와 같이 울먹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눈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글 안에 고이는 바람에 울다가 웃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우리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더 정성을 다해 식사와 약을 챙겨드리며 돌봐드렸는데 점점 기운도 차리고 결국 완치하고 퇴원해서 너무 보람되고 기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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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어린이 확진자의 생일파티/서울시 서남병원 제공

격리병동에서의 방호복 생일파티 이벤트 또한 잊을 수 없다. 가족이 모두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엄마와 두 남매가 함께 입원했다. 남매 중 한 명은 입원 기간 중에 생일을 맞이했다. 12살 소녀였는데,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가 1년 중 가장 큰 이벤트일 텐데 병실에서 지내다 보니 친구들을 만날 수도 케이크를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간호사들끼리 아이디어를 모아 초코 빵과 사탕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방호복을 입고 고깔모자를 쓰고 병동에 깜짝 방문했다. 12살 소녀도 울고, 엄마도 울고, 간호사도 울고, 이를 지켜보던 간호사도 울고…. 병실이 눈물바다가 됐다.

환자들은 격리 병실에 있는 동안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방호복 입은 의료진 밖에 없다. 갑갑한 생활 속에서 이런 작은 행동과 세심한 마음 하나하나가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필자는 지방에서 올라와 가족과 함께 떨어져 지내다보니 가족들을 계속 못 만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이산가족’을 만든 셈이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 지병이 있으신 아버지도 건강도 궁금하고 엄마가 해주는 집밥도 너무 먹고 싶지만, 코로나19가 잘 마무리 되는 그날 웃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의료진, 폐기물을 수거해서 처리해주시는 분, 방호복을 만들어주시는 분, 마스크를 제공해주시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필자도 더 힘내서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