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50%가 남성 때문… 숨겨진 정자 찾기만 해도…

입력 2020.01.21 09:00

무정자증, 정밀 진단 필요… 정관 막혔거나 고환에 있을 수도
"난임은 여성 탓" 인식 개선해야

난임·불임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여전하다. 하지만 '책임'의 절반은 남성에게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이규성 교수(대한비뇨의학회장)는 "유교적 분위기 때문에 여성에게 난임의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난임의 원인 50%는 무정자증, 역행성사정, 사정관폐쇄 등 남성 쪽 문제"라고 말했다.

◇난임 절반은 남성 책임

난임 진단을 받는 남성은 2014년 4만8992명에서 2018년 6만7270명으로 5년 사이 1만8278명 증가했다(보건복지부). 고려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대한남성난임대책개발위원장)은 "남성들은 '성기능 불구'라는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는 걸 두려워 해 진료받기를 꺼려한다"며 "실제로 숨겨진 남성 난임 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남성 난임 환자 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보건복지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88명으로 1명이 채 안 된다(통계청). 여기에는 늦춰지는 결혼 나이, 취업난, 경제여건 등 사회 구조적인 원인도 있지만 '난임 문제'도 있다. 이규성 교수는 "일반적인 부부의 1년 내 임신 가능성은 90% 정도인데 이를 넘어서면 '난임'"이라며 "우리나라 부부 중 난임은 약 15%로, 남성과 여성 모두 치료하면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난임, 치료 시 성공률 90% 개선

남성 난임의 원인은 우선 '정자'에 있다. 정자 운동성 저하, 정자수 감소 등 정자의 질이 떨어지면 임신 확률이 낮아진다. 문제는 갈수록 남성들의 정액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이다. 술, 담배를 즐기는 생활습관, 기름진 식단, 운동부족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경찰병원 비뇨의학과 민승기 교수(대한비뇨의학회 보험이사)는 "700여 건의 병원 정액 검사를 살펴본 결과, 약 75% 남성의 정액에 문제가 있었다"며 "정액량, 정자 형태, 정자 농도 등 임신에 필요한 정액의 모든 요소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액의 질은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정계정맥류 수술 등 수술적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도 난임을 일으킨다. 무정자증은 크게 ▲정액이 요도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역행성사정' ▲정액이 나가는 길이 막힌 '폐쇄성무정자증' ▲정자가 아예 없는 '비폐쇄성무정자증' 등 3가지가 원인이다. 무정자증이라고 해도 고환 내에서 정자를 찾아내 자연임신을 끌어낼 수 있다. 민승기 교수는 "정자가 아예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치료 가능성이 있다"며 "정자가 지나는 길이 막혔을 때도 무정자증으로 진단되는데, 이 사이를 교정해주면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문두건 교수는 "난임 남성을 대상으로 수술했을 때, 임신 성공률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위주 난임 정책 개선해야

문제는 난임과 관련된 모든 정책과 인식이 '여성'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난임치료시술은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으로 여성 중심이다. 남성 난임에 대한 인식 결여와 남성들의 소극적 태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규성 교수는 "남성 난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의 문제, 비대칭적 예상 편중 등 실효성을 고려한 정부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 나이가 늦춰지는 만큼 젊었을 때 건강한 정자를 보관해두는 '정자은행'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박남철 교수(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는 "나이가 들수록 남성도 임신 확률이 낮아지는 만큼, 임신 가능성이 높은 정자를 보관해두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두건 교수는 "정부가 10년 넘게 난임 치료를 위해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을 위주로 지원했지만, 실제로 인구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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