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이 그 약' 약사도 헷갈리는 약 포장…누굴 위한 디자인?

입력 2020.01.13 18:19

한미약품 제품 용기
사진설명= 대부분의 자사 전문의약품을 비슷한 디자인 용기에 담은 한미약품. 흰색 원형 플라스틱통에 하늘색 뚜껑 용기를 보면 한미약품을 떠올릴 수 있지만 어떤 치료제인지 알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사진= 한미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제약업계에서 전문의약품의 포장 개선이 이슈다. 전혀 다른 약인데도 겉포장이 같거나 비슷해 약 전문가인 약사도 조제 실수를 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자사 의약품의 포장 통일성을 위해 같은 모양, 같은 색 용기에 같은 디자인의 라벨을 붙여 출시하는 제약사가 많다. 제품명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예컨대 한미약품은 ‘테포비어’, ‘아데포빌’, ‘몬테리진’ 등 대부분의 전문의약품을 하늘색 뚜껑의 흰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유통하고 있다. 하늘색 뚜껑만 봐도 한미약품 약임을 알 수 있지만 정작 소비자나 약사에게 중요한 정보는 눈에 덜 띈다.

기침약인지, 소화제인지, 어떤 성분인지, 함량이 몇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설상가상 글씨가 지나치게 작거나 제품명이 유사해 헷갈리는 경우마저 있다.​ '쿠파린'과 '쿠마딘', '가바인'과 '가바민', '프로작'과 '프릴로섹' 등 한글이나 영문 표기가 구별하기 어렵다.

약 포장을 색의 변경 전과 후
사진설명= 보령제약은 자사의 고지혈증 치료제와 고혈압 치료제의 포장 박스 디자인이 같아 헷갈릴 수 있는 소비자와 약사를 고려해 박스 색을 변경했다. 기존 연두색이던 약 포장 박스 색을 함량별로 다르게 변경하고, 함량 표기 부분을 강조했다./사진= 보령제약 제공

이처럼 유사한 약 포장은 약국의 조제실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수천가지 약을 관리하는 약사가 빠른 시간 내 많은 환자에게 약을 조제하다가 다른 약을 주는 약화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약국에서 인공눈물을 줘야할 환자에게 항균제가 투약된 사건이 있었다. 종근당의 인공눈물 ‘제노벨라’와 항균제 ‘오플록사신’의 포장 디자인이 제품명만 빼곤 완전히 같았기 때문이다. 이후 종근당은 두 제품의 포장 박스색을 각각 다르게 변경했다.

제조사 편의보다 약을 사용하는 소비자나 약사의 눈높이에서 보다 친절한 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따라, 몇몇 제약사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령제약은 유사한 포장 디자인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자사 21개 의약품의 제품명과 함량 표시 등을 변경했다. 소비자나 약사가 약의 박스나 라벨 등 외부 포장을 보고서도 서로 다른 약임을 쉽게 구별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변경 전에는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산트’나 고혈압 치료제 ‘카프릴’의 포장 박스 디자인이 연두색으로 같았다. 보령제약은 카프릴의 박스색을 변경하면서, 함량에 따른 차이를 뒀다. 카프릴 12.5㎎은 초록색, 카프릴 50㎎은 보라색으로 박스 색을 바꾸고 함량 표시도 강조했다.

약 PTP 포장의 변경 전과 후
사진설명= 보령제약은 PTP 포장된 약을 분할해 보관했을 때에도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했다./사진= 보령제약 제공

또한 약 복용 주의사항 등을 담은 첨부문서가 최종 소비자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약통 뚜껑마다 부착했다. 기존에는 유통 과정의 큰 박스 안에 첨부문서가 동봉돼 약국이나 병원에서 따로 챙겨주지 않으면 소비자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은박지로 덮인 내부 PTP포장을 낱개로 분할 했을 때도 각각 제품명, 함량, 제조번호, 사용기한을 식별할 수 있도록 개별 표기 방식으로 디자인을 바꿨다.

JW중외제약도 유사 포장으로 인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함량 표시의 글자 폰트를 최대로 키웠다. 또한 저함량 약은 초록색과 하늘색으로, 고함량일수록 주의를 표하는 주황색과 빨강색으로 겉포장 디자인 색을 개선했다.

대한약사회 권혁노 약국이사는 "회사별로 아이덴티티를 표시하기 위해 약 포장이나 약 이름을 유사하게 만드는 곳들이 있어, 약사들이 헷갈리기 쉽다"며 "유사 약 포장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재로 약화사고가 예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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