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잘못된 치료 실태] 천식약 기본은 흡입 스테로이드제… 국내 처방 환자 비율, 36.6%로 낮아 경구제 부작용 큰데… 편리해 선호
흡입제 사용 방법 확실히 배우고 기침 등 증상 없어도 꾸준히 써야
국내 천식 환자는 약 41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인식 부족으로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가 많지 않다.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손경희 교수는 "중증·급성이 아닌 일반 천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는 흡입 스테로이드제(흡입제)지만, 처방률도 낮고 환자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병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흡입제 처방 환자 비율은 36.6% 수준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령 환자 특히 위험… 흡입제 사용률 저조와 관련
국내 천식 환자 입원율은 인구 10만명 당 81명으로, OECD 평균인 41.9명의 약 2배다. 이는 17일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15세 이상 기준). 고령 환자도 문제다. 60대 이상인 천식 환자는 2013년 23.5%에서 2017년 28.2%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연령별 천식 관련 응급실 방문율을 살펴보면 75세 이상이 1위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래픽=박상훈,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천식 환자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흡입제 사용률이 낮아 치료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고령 환자는 노화로 인한 전반적인 몸 상태 저하로 천식 발작이 잦은데, 흡입제 사용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런 경향이 크다는 의견이다.
◇흡입제 처방률 낮아… 경구약 남용시 당뇨병 위험
국내외 천식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천식 단계에서 흡입제 사용을 권고한다. 흡입제 외에 사용하는 약물은 경구 스테로이드제(먹는 약), 패치, 주사제 등이며 이 중 가장 많이 처방되는 게 경구제다. 문제는 천식 증상이 매우 심각하거나 급성 악화 때만 경구제를 쓰는 게 원칙이라는 점이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는 "숨이 많이 차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크게 들리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기침이 나타나는 등 천식이 갑자기 악화될 때 경구제를 사용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만 중증이 아닌데 경구제를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환자 역시 경구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일반 천식에 경구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시간·경제적 문제가 크다. 손경희 교수는 "흡입제에 따라 사용 방법이 조금씩 달라 사용 전 의료진이 환자에게 교육해야 하는데, 교육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흡입제 대신 경구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있다"며 "외국에서는 흡입기 사용법 교육에 대한 수가가 존재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수가가 없다보니 병원 입장에서 흡입제 대신 경구제를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흡입제는 처음에 사용하기 낯설어, 65세 이상 천식 환자는 흡입제 교육을 5번 이상 해야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연구도 있다.
문제는 경구 스테로이드제 부작용이다. 가장 큰 부작용이 당뇨병이다. 최근 서울대 약학과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천식 환자에게 3년간 7번 이상 혹은 40일 넘게 경구 스테로이드제가 처방되면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각각 1.4배, 1.7배 높았다. 1일 평균 처방 용량이 15㎎ 이상일 때도 마찬가지로 당뇨병 발생 위험이 1.6배로 높았다. 김상헌 교수는 "스테로이드 성분 자체에 혈당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같은 스테로이드라도 흡입제는 기도 같은 국소 부위에만 작용해 문제 없지만, 경구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증상 없어도 진단 받았다면 매일 1~2회 사용해야
천식 진단을 받았다면 흡입제를 매일 1~2회 사용해야 한다. 손경희 교수는 "당뇨병·고혈압처럼 천식도 만성질환"이라며 "기침이 날 때만 흡입제를 써야 한다고 착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이 또한 예후를 나쁘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증상이 없어도 혈당이나 혈압약을 먹듯 꾸준히 사용해야 급성악화를 막을 수 있고, 불필요한 경구제 사용도 줄어든다. 단, 오랫동안 흡입제를 사용하면 골절 위험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약 1.2배 높아진다. 운동이나 영양섭취 등으로 골다공증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흡입제를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