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항바이러스제' 개발 위해 연구의 끈 놓지 말아야"

인터뷰_안데스 할베리 웁살라대 명예총장

C형 간염 치료제 개발, 의미 있는 업적 치료율 거의 100%에 도달… 매우 큰 변화
평생 먹는 약에 대한 투자 활발한데… 바이러스·세균질환 치료제 아직 부족
웁살라대, 연구 지원 부서 별도로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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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질환 치료제 개발 권위자 할베리 명예총장은 한림대학교의료원 주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해 “항바이러스제, 항박테리아제 개발을 위한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C형 간염, 에이즈 등 바이러스질환은 과거부터 인류를 위협해왔지만, 약제 발달로 치료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큰 공헌을 한 바이러스질환 치료제 개발 권위자 스웨덴 웁살라대 안데스 할베리(Anders Hallberg) 명예총장에게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중요성, 세계 의약계 미래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세계적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의료화학 책임자, 웁살라대 약학대학장 등을 거쳐 2006~2011년 웁살라대 총장을 역임했다. 더불어 C형 간염 바이러스(HCV) 신약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 현재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스웨덴 왕립공학원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림대학교의료원과 웁살라대학교가 공동 개최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참석, 한림대학교로부터 명예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약 개발 업적은 무엇인가

C형 간염 치료제 성분인 '시메프레비르(Simeprevir)' 개발 과정에 참여한 것과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억제 기능을 하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HIV를 억제하는 물질은 아직 임상 사용 단계는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발견이다. C형 간염의 경우 전 세계 1억5000만명이 앓을 정도로 흔하고 때로는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가볍지 않은 질환이다. 하지만 약제 개발로 치료율이 크게 높아졌다. 나는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C형 간염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했다. 상당히 많은 연구 비용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계기로 시메프레비르가 탄생했다.

시메프레비르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10년 전만 해도 C형 간염 치료가 어려워 환자가 1년간 힘들게 치료받아도 치료율이 40%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7년 후 시메프레비르가 개발되고 다른 약제와 병용 치료가 이뤄지기도 하면서 C형 간염 치료율이 거의 100%에 달하게 됐다. 암 치료제 개발 이후 가장 중요한 의약계 업적이라고 본다. 시메프레비르가 C형 간염 치료율을 급격히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바이러스의 복제 자체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시메프레비르가 개발되고 약 2년 후부터 또 다른 우수한 C형 간염 치료 성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시메프레비르 개발이 기초가 됐다. 현재는 8주 정도 약물을 복용하면 C형 간염이 거의 완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매우 큰 변화다.

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C형 간염 바이러스는 단독으로 성장해 통제가 쉽고, 이로 인해 약의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HIV의 유전체는 사람의 유전체와 합쳐지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존하기 때문에 아직 치료가 어렵다. 그래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신약이 계속 개발 중이다. 과거에는 약물을 써도 효과가 적고 부작용이 컸지만, 최근 나온 약들은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부작용도 줄었다. 평생 약물을 먹어야 하지만 점차 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질환을 약물로 완전 정복할 수 있을까

어렵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간의 면역체계를 더 활성화하는 약은 개발될 것이지만, 미생물과 인간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제약업계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새로운 항박테리아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약사는 투자 대비 이익이 큰 약을 위주로 개발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조절제, 혈압 조절제 등 약을 써도 바로 치료되지 않아 평생 복용이 필요한 약 개발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항박테리아제는 짧은 시간 먹어도 치료 효과가 날 뿐 아니라, 오래 복용하면 결국 내성이 생긴다. 제약사 CEO 입장에서는 신약 한 종 개발에 20억~30억 달러가 드는데, 자주 쓰이지 않으면서 2~3주만 복용하면 되는 약에 쉽게 투자하기 어렵다. 따라서 UN, EU 같은 국제기구에서 투자 대비 위험 부담이 큰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도 만성질환에 비해 적극적인 연구, 개발이 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뎅기열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렸다. 바이러스질환 치료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개발된 가장 혁신적인 약은

C형 간염 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이다. 면역항암제는 치료 약물 분야 혁신을 일으켰고, 이를 개발한 일본 학자가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약의 화학 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이런 연구에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혁신적인 약물이 탄생한다. 앞으로 제약업계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독보적인 항박테리아제 개발일 것이다.

의약계 발전 위해 대학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게 도와야 한다. 웁살라대는 약 개발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이를 위한 부서를 따로 마련했다. 40~50명이 근무한다. 논문 작성, 특허 출원 등도 지원한다. 산업 분야와도 적극적으로 연계해 연구 과제들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교수들이 산업계에 종사할 수도 있다. 단, 기밀한 연구 활동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서로 간 신뢰 구축에 힘쓴다. 웁살라대 현직 총장으로 있을 때 내 시간의 20%는 의약업계와 대학간 연계활동에, 80%는 강의 연구 활동에 썼다. 더불어 대학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의 질(質)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더불어 교수는 젊은 학생을 직접 대하고 가르치는 것을 특권이라 생각하며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약이나 영양제가 있나

고혈압 약만 먹고 있다. 영양제는 따로 먹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이 중요하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과식이나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 삶을 즐기는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