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같은 대장은 없다… 맞춤 치료로 대장암 생존율 높인다

입력 2019.09.18 09:54

대장암 맞춤 치료 시대

사람마다 종양의 크기·위치·성격 ‘제각각’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환자별 맞춤 치료
해부학적 수술 계획 세우고 타과 협진까지
복막전이 땐 절개, 일부 직장암은 방사선만
항암제 등 약물 처방도 유전자 검사로 결정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는 맞춤 치료 설계를 위해 환자 1명당 교수 3명 이상이 모여 협진한다. 왼쪽부터 황대용 병원장, 유춘근 교수, 백진희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대장암 맞춤 치료 시대가 왔다. 병기에 따라 치료법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따라 검사나 치료약·수술법을 다르게 적용한다. 건국대병원장 황대용 교수(대장암센터장, 외과 교수)는 "사람마다 타고난 지문과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대장 모양과 길이도 천차만별"이라며 "종양의 크기나 모양, 위치, 성격도 제각각 다르므로 이를 고려해 수술하면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는 대장암 환자를 볼 때 환자 1명당 3명 이상의 교수가 모여 환자를 위한 맞춤 치료 방향을 설계한다. 외과 외에 영상의학과나 흉부외과 등 여러 과와도 활발히 협진한다. 체계적으로 맞춤 치료하다보니, 성적도 좋다. 5년간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완치율(10년 이상 생존, 2011년 발표)을 보면 1기 기준 100%, 2기 84%, 3기 67%, 4기 33%다.

◇맞춤 치료 필요한 이유, "같은 대장 모양은 없다"

교과서나 해부 모형 속 대장은 소장을 감싸고 있는 직사각형 모양이다. 그러나 정확히 이런 모양의 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가슴께까지 길게 늘어진 대장도 있으며, 남들보다 길고 복잡한 사람도 있다. 대장의 모양으로 사람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은 횡행결장도 긴 편이다.

황대용 센터장은 "대장 모양이 워낙 다르다보니 같은 부위에 생긴 대장암이라도 의사 입장에서는 다르다"며 "개인의 대장 길이와 모양에 맞게 해부학적으로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게 맞춤 치료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종양이 주머니 모양이라면 어떨까? 중력 때문에 눕는 방향에 따라 종양 위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황대용 센터장은 "이런 경우, 환자를 왼쪽으로 눕혀 CT를 촬영한 뒤 오른쪽으로도 눕혀 한번 더 촬영한다"며 "수술 절개 시작점이 어디냐에 따라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최대한 부담없고 수술시 접근이 쉬운 지점을 찾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네모 반듯하지 않고, 길고 구불구불하게 생긴 실제 대장 모양. 대장 모양과 길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건국대병원 제공

◇수술 계획 뿐 아니라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게

수술 방법도 환자에 따라 다르다. ▲전통적 절개 수술이 필요한 환자 ▲절개 없이 종양만 떼내는 환자 ▲수술하지 않는 환자 등 다양하다. 각 방법이 적합한 예시는 다음과 같다.

복막전이(복막파종)가 있다면 절개 수술을 한다. 복막전이는 배 속 장기를 감싸고 있는 비닐 주머니 같은 막에 암 세포가 떨어져 나와 있는 상태다. 이때는 복막 외에도 난소 등 다른 장기에 암이 퍼질 위험이 있어 적극 제거한다. 상의를 통해 일부 환자에게는 난소 등을 함께 제거하기도 한다.

항문 근처 직장에 버섯 모양의 종양이 있다면 절개 없이 종양만 떼낼 수 있다. 황대용 센터장은 "직장수지검사를 했을 때 종양이 만져지고, 버섯 모양으로 자르기 쉽게 생겼다면 절개 없이 제거할 수 있다"며 "항문을 통해 기구를 넣어 잘라내면 돼, 환자 만족도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종양 위치가 항문에 가까운 진행성 하부직장암은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어, 환자 상황에 따라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황 센터장은 "항문암을 제외한 진행성 하부직장암 환자 중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암 조직이 많이 사그라드는 사람이 있다"며 "과거에는 이런 환자도 무조건 수술했지만,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로 암 조직이 거의 없어졌다고 판단되면 수술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진행성 하부직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방사선 치료로 암 조직이 거의 사그라든 환자의 75%는 수술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고, 나머지 25%는 수술이 필요하지만 시기가 크게 상관없다는 내용이었다.

황대용 건국대병원장

황대용 센터장은 관련 내용 논의를 위해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를 방문, 관련 의료진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눴다. 또한 국내 대장암 실정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

방사선 치료로 암 조직이 사그라들었는지는 현재 숙련된 의사의 직장수지검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PET-CT(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나 MRI, 바이오마커 검사로는 아직 확인이 어렵다.

황 센터장은 "직장수지검사는 수가도 나오지 않고, 의사도 번거로워 잘 하지 않지만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검사"라며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의사들은 직장수지검사로 조직이 정상화됐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 통해 약물 치료 결정

약물 치료도 맞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장암 환자의 5~15%는 DNA를 복구해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MSI 대장암). 황대용 센터장은 "2기 MSI 대장암 환자는 항암제를 쓰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연구가 많아,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쓰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에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를 통해 대장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분석한다.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면 환자에게 맞는 약물 치료에 도움이 된다. MSI 환자는 항암제를 쓰지 않고 면역치료제를 쓰거나, 유방암 관련 유전자 변이가 나온 대장암 환자에게는 유방암 제제를 쓰는 식이다.

■ 대장암 궁금증 풀어주는 ‘온라인 상담실’ 운영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는 2010년부터 온라인 상담실(cafe.naver.com/hopecrc)​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궁금증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기 위해서다. 건국대병원 황대용 대장암센터장은 “의사, 환자, 보호자는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하는데 진료 시간이 짧다보니 대화할 창구가 필요해 온라인 상담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 형태로 운영되는 상담실에서는 ▲대장암 기본 정보 ▲대장암 건강강좌 동영상 ▲대장암 최신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한 부분은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대장암상담’ 게시판이다. 황 병원장이 직접 환자 질문에 대해 답글을 단다. 답글은‘라면은 몸에 안 좋으니 먹지 마세요’ 같은 판에 박힌 답변이 아니라, ‘입맛 떨어진 환자가 먹고 싶어하면 조금은 먹게 두세요’ 같이 환자의 입장에서 상세히 알려준다.

온라인 상담실은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황 센터장 설명이다. 최근 환자에게 무엇이 유행하는지, 어떤 치료제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온라인 상담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