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톡스 사용 많은데 내성 위험 몰라… 내성 없는 '순수 톡신' 고려를"

세계적 면역 약물학 전문가 마이클 마틴 교수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가장 애용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 출시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 8종을 모두 취급하는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 보툴리눔 톡신은 자주 맞을수록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독일 유스투스리비히대학 마이클 마틴 교수를 만났다. 마이클 마틴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면역 약물학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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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보툴리눔 톡신은 무엇인가

보툴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디아'라는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신경 독소이다. 이 독소는 처음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신경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 보툴리눔 톡신을 투여하면 신경세포 안으로 들어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차단하고 신경에 작용을 받는 근육이 수축하지 않는 효과를 낸다. 근육 수축을 억제하므로 주름 개선, 사각턱 개선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밖에 편두통, 과민성방광 등 치료 목적으로도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은 무엇인가

점점 보툴리눔 톡신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내성이 생기면 원래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 글로벌 마켓 리서치 기업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70%가 보툴리눔 톡신을 평균 3번 시술 받았을 때 시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은 왜 생기나

보툴리눔 톡신의 내성은 제품의 순도(純度)와 질에 의해 결정된다. 순수한 신경 독소는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경 독소를 싸고 있는 복합 단백질이 내성을 유발한다. 클로스트리디아 박테리아가 신경 독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독성을 보호하기 위해 복합 단백질이 독소를 감싸는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 단백질을 외부 물질로 인식, 방어하기 위해 중화 항체를 만들어낸다. 복합 단백질이 없으면 중화 항체가 생기지도 않고 내성 위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클로스트리디아 박테리아로부터 보툴리눔 톡신을 정제하고 제품화 하는 과정에서 순수하게 신경 독소만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완전하게 복합 단백질을 제거하지 못한 제품이 많다. 다행히 2005년 출시된 독일의 '제오민'처럼 순수하게 신경 독소만 들어 있는 제품이 있으며, 제오민은 지금까지 내성 발현률 보고가 단 한 건도 없다. 한편, 보툴리눔 톡신을 고용량으로 자주 맞아도 내성 위험이 높아진다.

―내성 발생률은 얼마나 되나

보툴리눔 톡신 내성은 누구에게나 다 생기는 것이 아니다. 보고에 따르면 미용 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할 때 내성을 일으키는 중화 항체 발생 빈도는 1%로 보고되고 있다. 신경학적 치료 목적으로는 15%에서 위험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용 목적으로 전신에 사용하며, 고용량 투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화 항체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보톡스 내성은 첫 시술부터 걱정해야 한다. 보톡스를 처음 맞은 사람도 면역 체계가 자극돼 중화 항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복합 단백질이 안든 '순수 톡신'을 쓰는 것이 좋나

그렇다. 복합 단백질이 든 제품을 썼더라도 앞으로 순수하게 신경 독소만 든 '순수 톡신' 제품으로 바꿔쓰면 더 이상 중화 항체 발생이 늘지 않는다. 중화 항체는 한 번 생성되면 계속 양이 늘어난다. 뒤늦게라도 순수 톡신을 사용하면 면역 원성이 떨어지면서 중화 항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치료 목적으로 보톡스를 사용한 후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순수 톡신으로 바꾼 경우에는 치료 반응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중화 항체가 생성됐다고 해도 4~5년 치료를 중단하면 항체가 소실돼 다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시술이 활발하지만, 내성에 대해 잘 모른다

의사들이 설명을 잘 안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들은 중화 항체 발생 비율이 1%로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중화 항체가 잘 생기는 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시술을 받는 모든 환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유럽의 경우 미용 목적으로 안면부에만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하는 편이지만, 한국에는 안면부는 물론, 승모근·종아리 등 전신에 사용을 한다. 사용량도 많은 편이다. 그러므로 내성 위험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독일의 경우 의사가 보툴리눔 톡신 시술 전 첫 상담 시 중화 항체 생성 가능성에 대해 환자에게 알려준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여러 종류가 있고 순수 톡신도 나와있으므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