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에 웬 주머니가? 게실증 급증… 천공 생기기 전에 치료해야

입력 2019.07.05 09:13

'대장 게실' 원인과 치료

약해진 대장 벽 일부가 늘어나 주머니 모양의 대장 게실(憩室)이 만들어지는 대장 게실증 환자가 늘고 있다〈그래픽〉. 대장 게실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게실에 변이 끼어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염증이 심해지면 천공까지 생겨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변비·가스 때문에 대장 내 압력 증가가 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장 게실증 환자는 2014년 3만714명에서 2018년 3만8443명으로 4년간 25% 증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식이섬유 섭취가 적은 식습관 때문에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게실이 발견되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은 근육층이 얇아 다른 소화기관에 비해 잘 부푼다. 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봉준우 교수는 "대장 게실의 제1의 원인은 변비"라며 "변이 정체되면 대장벽이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줄었다가 하면서 대장벽에서 약한 부위가 늘어져 게실이 된다"고 말했다.

대장벽이 늘어나 생기는 대장 게실은 가장 큰 원인이 변비이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 등을 통해 변비를 개선해야 대장 게실을 예방할 수 있다.
대장벽이 늘어나 생기는 대장 게실은 가장 큰 원인이 변비이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 등을 통해 변비를 개선해야 대장 게실을 예방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백형선
변 독성이 장을 자극해 장 점막이 약해지는 문제도 있다. 장내 가스가 잘 생기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이동호 교수는 "장내 유해균이 많아서 가스가 잘 생겨도 대장이 부풀었다 줄었다 하면서 게실 위험이 커진다"며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하고 단순당을 많이 먹는 사람이 장내 유해균이 많다"고 말했다.

식이섬유는 대장 게실과 관련성이 높은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은 과거에 비해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어지면서 대장 게실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대장 게실은 미국인이나 유럽인의 경우 40세 이하에서 유병률이 약 10%, 80세 이상에서는 50~66%로 매우 높다. 한국인의 경우는 서양인보다 적은 숫자지만 대장내시경 검진자의 7~12%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동호 교수는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아프리카에는 대장 게실 환자가 드물다"고 말했다.

◇대장 게실 4명 중 1명은 40대 이하

대장 게실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질환이지만, 젊은층도 안심하면 안 된다.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이 대장 게실 환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 40대 이하 환자가 26.5%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젊은 대장 게실 환자는 대다수가 복부 비만이었다. 복부 비만과 대장 게실의 관련성은 여러 가지로 추정되고 있다. 적은 식이섬유 섭취 문제와 함께,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야기하며 대장 게실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만한 사람은 장내 세균총 역시 정상인과 달라서 변비·장내 가스 등의 문제도 잘 생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비만하면 배변 시 복압이 올라가기 쉽고, 동시에 장내 압력도 올라가 게실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장 게실 20%만 증상… 증상 있으면 치료를

대장 게실은 대부분 내시경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며, 대장 게실이 있어도 20%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이다. 서울백병원 연구 결과에서도 대장 게실 환자의 증상으로는 복통이 12%로 가장 많았고, 복부 불편감, 혈변, 변비, 소화불량, 설사, 배변습관 변화 순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대장 게실로 인한 복통이 오른쪽 아랫배에 나타나면 흔히 충수염(맹장염)으로 헷갈리기 쉽다. 차재명 교수는 "이 때는 증상이나 혈액 검사로는 두 질환을 감별하기 어렵지만, 초음파나 CT를 찍으면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 게실은 증상이 있을 때만 치료한다. 차재명 교수는 "게실염, 게실 출혈, 천공은 아니지만 복통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실염, 게실 출혈, 천공이 확인되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게실염의 경우는 먼저 금식을 하고 항생제를 쓴다. 게실염이 심해 고름이 많다면 피부 밖에서 고름 배액관을 삽입,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한다. 게실 출혈은 아스피린 같은 혈전용해제나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이동호 교수는 "이들 약을 먹는 사람이 혈변을 봤다면 게실 출혈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내시경을 이용해 지혈을 한다.

게실염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장이 뚫리는 천공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장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해야 한다. 따라서 대장 게실이 있는 사람은 염증·출혈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변비 개선 노력을 하고, 하루 20~25g의 식이섬유를 섭취해야 한다. 봉준우 교수는 "게실이 있는 사람이 복통 등 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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