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톡톡' 명의의 질환 이야기
'알코올 사용장애 명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
Q. 술 마시면 오히려 잠이 잘 온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A. 술이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수면의 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죠. 금방 잠드니까 좋다고 생각하는데 큰 착각입니다. 술을 장기적으로 먹으면 불면증의 첫 번째 원인이 돼요. 조금 과장을 보태서 술을 마셔서 매일 잠에 빨리 드느니, 술 안 먹고 못 자는 게 훨씬 낫습니다. 실제 술을 마시고 자면 자꾸 깨고, 소변 누러 가는 등의 행동이 반복돼요. 오히려 자고 일어나면 피곤하죠.
Q. 술을 많이 마시지만, 객관적인 건강 이상이 없어 괜찮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A. 그건 고속도로를 시속 250km로 달린 후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며,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엄청난 위험을 운 좋게 통과했다고 안심하는 거죠. 술을 많이 마실 때마다 시속 250km로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봐야 합니다.
Q. 알코올 사용장애가 오지 않는 건강한 음주법은 없을까요?
A. 이미 알코올 사용장애가 온 사람은 건강하게 음주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알코올 사용장애 상태까지 오지 않았겠죠. 이들에게 '절주'라는 단어는 단연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알코올 사용장애를 처음부터 예방하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금주해야 하고요, 그 밖에 술을 이틀 연속 마시지 말고, 해장술을 마시지 말고, 술을 빈속에 먹지 않는 게 좋아요. 술자리에서 술을 덜 마시는 요령도 있습니다. 식사를 충분히 하고 물이나 음료를 충분히 마셔 식욕이나 갈증을 푼 뒤 음주하고, 술을 잔에 반만 따르고, 받은 술잔을 바로 마시지 말고 일단 탁자에 놓고, 술잔은 한 번에 비우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입니다.
Q. 자신이 알코올 사용장애가 의심될 때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A. 어렵겠지만 최대한 술을 안 마시려고 노력해야 돼요. ‘나에게 쾌락을 주는 것은 여행, 음식, 서핑, 암벽등반 등 수만 가지 방법이 있고, 무엇이든 해도 된다. 단지, 술만 끊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라고 되물어보세요.
Q. 가족 등 주변인들은 어떤 노력을 하는 게 좋은가요?
A.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를 나무라는 것은 좋지 않아요. 물론 환자가 수십년간 알코올 사용장애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다면 화가 나겠죠. 그래도 핀잔을 주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보다 "우리는 진실로 당신이 술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 그것은 본능을 억제하는 일이라서 소위 신의 경지에 오르는 정도의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가족에 대한 엄청난 배려를 보여주는 것이고, 성공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해질 것이다."라며 진심 담긴 말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해서 환자가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최선이죠.
저는 환자에게 종종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에게 금주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만큼 힘들어요. 그런데 전문 산악인도 혼자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셰퍼와 짐을 함께 옮겨주는 포터가 있어야 해요. 알코올을 끊어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셰퍼와 포터가 필요합니다. 의사가 셰퍼, 가족이 포터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같이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올라보자고 말해요.
Q. 그 밖에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중에 "내 주위는 다 그만큼 마셔요. 그럼 다 환자입니까?"라고 되묻는 분이 많아요. 그럼 저는 "네, 다 환자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해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술 좋아하는 사람끼리 어울려요. 내 친구들과 비교할 게 아니고 전 국민과 비교해 자신의 상황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