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실명(失明) 질환인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에 의해 망막 혈관과 신경이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박규형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관리에 따라 실명되느냐, 정상으로 살아가느냐가 확연히 구분되는 질환"이라며 "40~50대부터 적극적으로 예방,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 5명 중 1명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한다는 국내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사진은 안저검사를 받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50~60대 당뇨에서 유병률 20% 넘어
질병관리본부 집계 결과 국내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은 50대 23.8%, 60대 20.3%, 40대 17.7%, 70대 이상 15.4% 순으로 높다〈그래프〉. 40세 이상 전체 유병률은 19.6%이다. 박규형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연령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병"이라며 "40~50대에도 혈당 조절이 안 되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처음 발병하는 시기가 40~50대인데, 눈에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10~15년이 걸려 50~60대에서 유병률이 높다.
혈당이 높으면 왜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높아질까? 혈당이 높아지면서 혈액이 끈적해지고 혈류 속도가 늦어져 혈관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 입기 때문이다. 망막혈관의 혈액이 새어나오거나, 막히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혈관이 손상을 입으면서 혈장 등이 혈관 밖으로 나오면 황반(망막 중심부의 함몰된 부위)이 부으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이를 '황반부종'이라 한다. 당뇨망막병증에 의한 시력 저하를 가장 흔히 유발하는 것이 황반부종이다. 혈관이 막히면 망막이 다른 통로로 혈액을 공급받기 위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만드는 것도 위험하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이원기 원장은 "신생혈관은 정상 혈관이 아니어서 잘 터진다"며 "신생혈관이 생기면서 만들어지는 섬유조직이 수축해 망막을 잡아당기면서 망막박리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당뇨망막병증 의심 증상은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흑색 아지랑이나 구름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이다.
◇증상 없어도 1년에 1회 안저검사 필수
당뇨망막병증은 통증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원기 원장은 "황반부종이 오래 방치되거나 혈관이 막혀 망막박리까지 오면 실명 위험이 높아진다"며 "단,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할 수 있고 빨리 치료할수록 시력을 많이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망막병증을 미리 막는 방법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정상 수치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원기 원장은 "혈압이 높으면 혈관에서 혈액이 더 잘 새어나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기름 찌꺼기가 함께 밖으로 나오면서 황반부종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눈에 이상 증상이 없어도 1년에 최소 한 번 안저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저검사는 의사가 기기를 이용해 직접 눈 안을 들여다보는 검사다. 이와 함께 눈 CT(컴퓨터단층촬영)도 함께 찍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은 "눈 CT를 활용하면 안구 단면을 더 잘 볼 수 있어 눈 안이 부어있는 것이 선명하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안저검사와 눈 CT는 대부분의 안과의원에 비치돼 있고,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군에 한 해 비용도 각 1만원, 3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하지만 국내 당뇨병 환자의 안저검사 경험률은 총 23.5%에 불과하다. 60대 31.6%, 70대 이상 23.4%, 50대 19.5%, 40대 18.1% 수준이다.
◇조기에는 주사나 레이저로 회복도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는 약은 없다. 주사나 수술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원기 원장은 "황반부종이 있으면 안구에 항체주사를 놓는다"고 말했다. 항체주사는 혈관에서 혈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줄이고 신생혈관이 사멸하게 만든다. 반복적으로 주사해야 하지만 점차 주사 횟수가 줄고 이후에는 주사를 안 맞아도 증상이 나을 수 있다. 신생혈관이 심하게 자란 경우에는 일부 문제되는 혈관을 제거하는 레이저 치료를 한다. 망막박리 등은 이를 원상복귀시키는 수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