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유산·착상 실패 겪는 난임 여성… 면역치료로 임신 성공률 높일 수 있어"

입력 2019.05.22 09:37

박찬우 강남차병원 교수가 말하는 난임 치료

박찬우 강남차병원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반복 유산과 착상 실패를 겪는 산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복 유산 유병률은 1%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산부인과 병원에 오는 환자 10명 중 2~3명이 반복 유산으로 고생할 정도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박찬우<사진> 교수의 말이다. 반복 유산이란 임신 후 20주가 경과하기 전에 자연유산되는 일이 2회 이상 반복되는 것이다. 반복 착상 실패는 난임 여성이 시험관아기시술을 3회 이상 실패하는 경우다.

◇원인 다양하나 면역 이상 있는 산모 많아

반복 유산·착상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박찬우 교수는 "염색체 이상부터 세균으로 인한 감염, 호르몬 분비 이상 등 원인은 다양하다"며 "이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면역학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어 유산이나 착상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크게 2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산모의 면역계가 태아를 신체의 일부가 아닌 다른 물질로 인식하는 것이다. 체내 NK세포 수치가 정상보다 높아져 태아를 공격한다. 혈관 등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을 산모의 항체가 공격하기도 한다. 특히 자궁에 있는 혈관을 공격하면 태아가 혈액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면역학적 요인이 원인인 유산·착상 실패는 산모의 나이를 불문하고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큰 편이다. 박찬우 교수는 "평균 연령 37세의 산모를 검사해봤더니, 약 60%에서 면역학적 요인이 관찰됐다"며 "나이가 많을수록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면역치료로 임신 성공률 4배 향상시킬 수 있어

반복 유산·착상 실패를 겪는다면 면역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혈액검사로 쉽게 발견 가능하며, 면역치료를 통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NK세포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관찰된다면 면역글로불린 등의 면역조절제를 투여해 임신·착상을 유도한다. 혈관이 공격당해 혈전 등이 잘 생기는 상태라면 헤파린 등의 항응고제를 처방, 혈전·혈액응고를 막아 임신·착상을 유도한다. 치료는 임신 11주 경까지 한다.

박찬우 교수팀은 최근 면역치료를 통해 임신 성공률을 높인 연구를 발표해 대한생식면역학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박 교수팀은 2015~2017년 병원을 찾은 가임기 여성 17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중 혈액검사를 통해 NK세포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11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은 면역치료를 진행하고 다른 한 집단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면역치료를 하지 않은 집단의 착상률은 9.7%, 임신 성공률은 10.3%였다. 반면 면역치료를 받은 집단은 착상률은 27.8%, 임신 성공률은 42.3%였다. 착상률은 약 3배, 임신 성공률은 약 4배 높아진 것이다. 박 교수는 "반복 유산·착상 실패는 임신 시기를 계속 늦추기 때문에, 가능한 한 초기에 면역검사를 시행해 원인을 규명하는 편이 임신 성공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현재 면역치료는 3회 이상 유산·착상 실패가 됐을 때만 보험 인정이 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단, 헤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사용하면 출혈이 생겼을 때 지혈이 잘 안된다. 면역글로불린을 사용하면 다른 질환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때문에 면역치료를 결정하기 전,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야 좋다.

박찬우 교수는 "면역치료 외에도 꾸준히 자신의 면역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하루에 30분 이상, 1주일 3회 이상의 운동·스스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활동·적절한 영양섭취가 이뤄져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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